경제
`억`소리 나는 명품시계 소리 들어보자
입력 2019-08-01 11:13  | 수정 2019-08-01 14:54
파네라이가 갈릴레오 갈릴레이 천체망원경 발명 40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로 시엔치아토` 컬렉션 블루는 200개 한정판으로 1억6000만원에 달한다. [사진제공 = 갤러리아]

'틱틱틱틱틱....' 아주 규칙적이면서도 바쁘게 움직이는 초침 소리를 듣자 왠지 마음이 평온해진다. 가만히 듣다보니 소리가 가까이서 들리다가 멀어지는 리듬도 반복된다. 바로 내 손목에 찬 시계에서 나는 소리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 시계는 무려 1억6000만원. 블루 색상은 전세계 200개 한정판이란다. 일단 시계 소리를 듣고 대리만족해보니 나중에 실물도 차고 싶다는 욕망도 솟는다.
최근 먹방 동영상 등 온라인 컨텐츠에서 소리를 활용한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이 중요한 장르로 뜨면서 명품 시계 초침소리도 가세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이 글로벌 명품시계 브랜드와 손잡고 ASMR 디지털 컨텐츠를 자체 제작에 나선 것이다.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은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으로 바람이 부는 소리, 연필로 글씨를 쓰는 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을 제공해 주는 것이 보편적이다. 일부 직장인 중에는 집중력이 필요할 때면 규칙적인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가 나오는 ASMR을 켜두고 작업한다고 할 정도다.
갤러리아는 '갤러리아 마스터피스 ASMR'이란 제목으로 압구정동 명품관에 입점된 글로벌 명품 시계브랜드들 한정판 등 진귀한 제품 위주로 제작한다. 첫 번째 프로젝트로 협업한 시계 브랜드는 이탈리아 왕립 해군 특공대에 시계를 납품한 역사를 지닌 '파네라이'다. 첫 ASMR 영상으로 소개한 '로 시엔치아토' 컬렉션 블루 모델은 갈릴레오 갈릴레이 천체망원경 발명 400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제품이다. 200개 한정판으로 가격도 1억6000만원에 달한다.

시계 소리는 전면부 뚜르비옹이 도는 소리다. 뚜르비옹이 30초에 한번 돌아가는 모습을 확대해 보여줘서 시계가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지는 효과도 노렸다. 뚜르비옹이란 기계식 시계에 중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간 오차를 보정하는 장치로 30초 혹은 60초에 한 바퀴씩 돈다.
갤라리아는 '파네라이'에 이어 '위블로', '예거르쿨트르' 등과도 협업하기로 했고 다른 명품시계업체들 컨텐츠 제휴를 맺고 진행할 예정이다. 유튜브에서 가장 많은 글로벌 명품 시계들 ASMR을 디지털 콘텐츠화할 계획이다. 외국에서도 일부 시계 소리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지만 시계 초침소리가 아주 짧거나 음질이 썩 좋지 않아 아쉽다는 평이 많았다. 갤러리아가 제작한 ASMR 컨텐츠는 '타임포럼'이라는 인터넷커뮤니티에도 올라오자마자 화제다. 한 초심자가 "소리가 좋은데 이렇게 크면 차고 있을때 거슬리지 않을까요?"라고 묻자, 다른 회원은 "소리를 잘 따서 그런것일 뿐, 실제로는 귀에 가까이 대야 이 정도 소리가 들린다"고 알려줬다.
갤러리아는 시계 매니아들이 평소 갖고 싶었던 드림워치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해당 콘텐츠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투자했다. 유튜브 채널에 익숙한 20대 미래 고객층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명품시계 브랜드 구성과 상품 경쟁력에서 앞선 갤러리아 시계 팬이 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갤러리아는 일반적으로 아웃소싱을 주는 제작과정인 촬영, 녹음, 편집 등을 직접 수행했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디지털 세대를 중심으로 영상 콘텐츠가 활성화되면서 제작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유통업체들마다 내부적인 자체 제작 콘텐츠가 많아지는 추세"라며 "콘텐츠 개발시 내부적인 강점과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한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