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뉴스추적] 중재냐, 관여냐…미국 속내는?
입력 2019-07-27 19:41  | 수정 2019-07-27 20:08
【 앵커멘트 】
일본 수출규제 조치로 인한 한일 양국의 갈등은 갈수록 격해지고 있습니다.
그리서 당장의 불이익이 더 큰 우리 정부는 미국의 역할을 기대하고 요청해 왔습니다.
그런데 무슨 날벼락입니까.
미국의 도움은 커녕,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WTO 개도국 제외' 발언을 하며 한국도 거론했습니다.
이쯤되면 미국의 속내가 궁금해지는데요.
외교부 출입하는 송주영 기자 나와있습니다.


【 질문1 】
송 기자!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엎친데 덮친격이 됐는데, 두 사안에 대한 미국 태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 답변1 】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때 내세운 캠페인이 '미국 우선주의'입니다.


기업가 출신답게 통상 분야에서는 철저히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WTO개도국 제외' 발언도 그런 의도로 보입니다.

【 질문2 】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미국 우선주의가 깔려있다는 거죠?

【 답변2 】
일본이 지난 1일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하고 4일 실행에 들어간 지, 한달 가까이 되는데요.

미국은 '한일 양국이 먼저 해결해라' '미국은 자국에 불이익이 생기면 움직이겠다', 지금까지 이런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질문3 】
앞서 조창훈 기자 리포트에서 한일 의원들이 설전할 때 미국 의원들이 언급을 자제했다고 했는데, 비슷한 맥락으로 봐야겠네요?

【 답변3 】
네. 저희가 미국의 반응이나 태도를 해석할 때 염두에 둬야할 개념이 있는데요.

바로 '중재냐, 관여냐'의 개념입니다.

미국은 일관되게 "중재 역할은 안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즉, 한국이냐, 일본이냐, 누구 편도 들지 않겠다는 건데요.

김현종 청와대 제2차장 등 정부 고위관계자가 미국에 협조 요청을 하기 위해 방미했을 때, 이런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번 한미일 의원 회의 때도, 미국은 그 입장을 밝혔는데요.

이 회의에 참석한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MBN과의 통화에서 밝힌 내용 들어보시죠.

▶ 인터뷰(☎) : 김세연 / 자유한국당 의원
-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과 일본 간 이런 수출규제 문제로 인한 갈등에 대해서 어느 한 쪽의 입장을 편을 들기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으로 이해를 했습니다."

다만 관여(ENGAGE)는 하겠다는 입장인데요.

그 이유는 한국과 미국, 일본이 경제뿐 아니라 안보 분야에서도 엮여 있고,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해야하기 때문에, 한미일 동맹 판은 깨지 않겠다는 건데요.

일종의 위기관리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 질문4 】
그럼 '미국이 일본 수출규제의 부정적 영향에 공감했다' 이런 발언들도 구분을 좀 해서 들어야겠네요.

오늘 미국에서 귀국한 유명희 산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비슷한 말을 했죠?

【 답변4 】
네. 먼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귀국 당시 발언 두 개를 이어서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유명희 / 산자부 통상교섭본부장
- "미국 업계들부터도 당장 일본의 수입규제 조치로 인한 영향이 미의 업계에도 분명히 체감하고 있다는 인식 보였고요."

▶ 인터뷰 : 유명희 / 산자부 통상교섭본부장
- "(향후 미국의 구체적인 조치가 가능할까요?) 그거는 미국 정부가 이번에 인식을 충분히 공감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조금 더 얘기하면서 논의해 나가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정확하게는 산업계 공감했다고 하고, 정부가 공감했다는 발언에도 아직 중재 같은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 표명은 없습니다.

그래서 한일 대표가 WTO일반이사회에서 설전을 벌일 때 미국이 관망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란 해석이 있습니다.

【 질문5 】
그렇다면 어느 정도 '관여'를 하겠다는 건가요? 얼핏 생각해서는 감이 잘 안 오는데요?

【 답변5 】
네. 이 상황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사진이 한장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의원회의 모습인데요.

공간이 매우 작을 뿐아니라 탁자도 협소합니다.

상대방을 바로 앞에 두고 회의하게 꾸며져 있는데요.

저기가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입장 차이를 좁히려할 때 마지막에 모이는 곳이라고 합니다.

미국이 한일 양국의 냉기류를 고려해 격앙된 분위기를 누그려뜨리려는 목적으로, 이 장소를 택했단 관측이 나옵니다.

여기까지가 딱 미국의 입장입니다. 대화의 판을 만들어줄테니, 알아서 해결해라인데요.

미국이 다음 달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 ARF에서 한미일 장관회담 자리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 클로징 】
결국 일본 수출규제 조치든, WTO 개도국 제외 위기든, 그 해결책은 우리 정부 스스로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냉정한 국제사회 현실에서, 미국에 기대지 않고, 우리 정부가 어떤 외교적 해법을 찾을 수 있을 지, 문재인 대통령은 또 '외교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지금까지 송주영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 한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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