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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경계를 서성이는 김종관 감독의 ‘메모리즈’ [M+Moview]
입력 2019-07-27 10:02 
영화 ‘메모리즈’ 포스터 사진=삼성전자
꿈과 기억이라는 테마에 몰두해온 김종관 감독이 다시 한번 그 언저리를 서성이며 몽환적인 세계를 만들었다.

영화 ‘메모리즈는 꿈을 기억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일러스트레이터 현오(김무열 분)가 꿈을 연구하는 실험에 참여하며 겪는 이야기를 담는다. 러닝타임 36분인 이 영화는 메모리 반도체 기술과 꿈을 접목시킨 신선한 소재를 서정적인 화면으로 구성했다.

어릴 적부터 유독 독특한 꿈을 꾸고, 또 그것을 잘 기억하던 현오는 인공지능 메모리칩과 인간 뇌구조를 연구하는 K(박지영 분)의 실험에 참여해 꿈을 기록,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현오의 꿈에 연극배우 주은(안소희 분)이 등장하고, 현오는 그 누구보다 주은의 감정을 잘 헤아리게 된다.

현오의 꿈 속 주은은 ‘주눅 든 사람이다. 적어도 현오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렇다. 주은에게는 훌륭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은 있지만 녹록치 않은 모양이다. 그는 무대에 오르기 전 멍하니 앉아 거울을 바라보다 듣지 않아도 될 꾸중을 들은 상태로 무대에 오른다. 무대에 오르니 긴장이 더 커진다. 관객석을 바라보는 순간 공간은 숲길로 바뀌고 주연을 맡은 동료배우와 단둘이 남겨진다. 여기서 주은은 ‘나도 너처럼 잘하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놓는다. 그러다 동료가 사라지자 하염없이 길을 따라 걷다가 동경하는 선배를 만나고 그는 들어주지도 않는 고충을 토로하다 눈물을 흘린다. 이 모든 건 현오의 꿈이다. 그리고 주은의 꿈이기도 하다.

영화 ‘메모리즈 스틸컷 사진=삼성전자

‘메모리즈의 재미는 이야기를 던지는 인물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이가 다르다는 데서 온다. 말을 하는 사람은 현오인데, 행위 하는 사람은 주은이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현오의 설명에 집중하며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주은의 감정에 이입하게 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흥미로운 전복이다.

김종관 감독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 역시 서정적인 분위기로 완성했다. 꿈 혹은 기억의 경계, 두 인물 간 무의식의 경계를 찬찬히 걸으며, 느릿하지만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주은의 추상적인 공포와 두려움이 노골적으로 시각화되는 순간마저도 서정적으로 느껴지는 건 오랜 시간 자신의 세계에 몰두한 김종관 감독의 내공 덕이다.

한편 ‘메모리즈는 지난 25일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됐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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