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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수처리사업 자회사 새주인에 세계 1위 테크로스
입력 2019-07-23 21:01 
LG전자 수처리사업 자회사가 글로벌 1위 해양 수처리 업체 테크로스에 팔린다. 테크로스는 가전업체 '쿠첸'으로 알려진 부방그룹의 관계사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수처리 관련 자회사를 테크로스에 매각하는 안을 확정했다. 주식매매계약(SPA)은 이번주에 체결될 예정이다. 매각 대상은 두 자회사의 지분 전량이며, 거래 가격은 2000억원대 중후반 정도로 전해진다.
이번 딜의 매각 대상은 LG전자 자회사 하이엔텍과 LG히타치워터솔루션 지분 100%다. 하이엔텍은 공장 폐수나 하수를 정화하는 수처리시설을 운영·관리하며, LG히타치워터솔루션은 수처리 시설을 설계·시공하고 있다. 테크로스를 비롯해 스탠다드차타드(SC) PE와 모건스탠리 PE가 본입찰에 참여해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다.
테크로스는 40년 역사를 지닌 가전업체 부방그룹 관계회사로 2000년 설립됐다.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시장 세계 1위 업체(누적 수주 기준 약 15%)로 평가받는다. 평형수는 선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선박 밑바닥 탱크에 채우는 물을 뜻한다. 적재 과정에서 미생물이 불가피하게 포함돼 해양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평형수 처리장치는 전기분해, 자외선 투사, 화학약품 처리 등을 이용해 평형수 내 미생물을 살균한다. 테크로스는 전극을 활용한 전기분해 기술을 직접 개발해 차별화에 성공했다. 전극 자체 생산이 가능한 기업은 전 세계에서 테크로스를 포함해 두 곳뿐이다.
테크로스는 LG전자 수처리 자회사를 통해 육상 수처리 부문에 진출하게 됐다. 종합 수처리 업체로 도약할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LG전자는 수처리 자회사의 장기 성장과 고용 안정을 위해 테크로스로의 매각을 결정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달 초부터 테크로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사실상 선정된 상황에서 이날 최종 확정된 것"이라며 "LG전자 측이 매각 이후의 시너지 효과, 고용 승계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테크로스는 KB증권을 대표 주간사로 선정한 뒤 기업공개(IPO)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테크로스는 772억원의 매출액과 3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1.4배, 영업이익은 23배가량 불어났다. 실적 개선세에 접어든 점이 기업가치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규제에 따른 특수 효과도 기대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올 9월부터 새로 건조되는 항해용 선박에 평형수 처리장치를 의무로 설치하도록 했다. 현재 운항되는 선박들도 2024년까지 처리장치를 마련해야 해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 리서치업체 프로스트&설리번은 기존 운항 선박의 향후 5년간 평형수 처리장치 시장규모를 약 50조원으로 추산했다.
이번 LG전자 수처리 자회사 인수로 테크로스는 한 단계 높은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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