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방부 "이공계 병역특례 감축계획 있다…확인
입력 2019-07-23 15:50 
[사진 = 연합뉴스]

"국방부는 전문연구요원(전문연) 제도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국방부가 전문연 정원 감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국방부가 독단적으로 감축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으며 관계부처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인구 국방부 인력정책과장은 2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문연구요원 제도 개선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병역자원 부족으로 전문연을 포함한 8가지 병역대체 제도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병역 수가 3분의 1 감축이 이뤄지는 만큼 대체복무제도 역시 동일한 비율로 감축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체복무제도는 관련법이나 시행령 개정 없이 병무청장 고시로 가능하다. 국방부가 마음만 먹으면 관계부처 협의 없이도 통과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인구 과장은 "정책적으로 봤을 때 국방부는 감축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관계부처와 분명하게 협의할 것이고 업계 이야기도 듣겠다"며 "시기는 장담 못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제도 변경으로 인해 피해 받는 학생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과학기술계와 산업계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국방부의 전문연 감축 계획을 비판했다. 특히 산업기술계의 비판이 거셌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기현 성신전기공업 대표는 "중소·중견·벤처기업의 경우 우수 인재 확보가 상당히 어려운데 전문연 제도를 통해 인재 수혈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성장시켜왔다"고 말했다. 이기현 대표는 현재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문연 제도를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전문연 대상 학생이 석사 2학기가 될 때 공동연구를 시작하고, 석사를 마치면 3년간 회사에서 함께 일을 해 연구개발(R&D)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이 제도가 아니면 연구인력이 중소·중견기업에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기현 대표는 "정원 축소보다는 이 제도가 지금까지 산업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봐달라"고 강조했다. 마창환 산업기술진흥협회 상임부회장은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로 기업이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이러한 시점에서 산업계 전문연 감축 논의 진행은 기술혁신 의지를 꺾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문연 제도 당사자인 이공계 학생 30여명도 이날 토론회장에 참석해 불안감을 토로했다. 임지현 서울대 공과대학 학생회장은 "2016년 국방부의 폐지안이 처음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3년이 지나면서 정부 부처간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방부는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일선 학교는 혼란으로 가득하다"며 "대학원 진학시에 교수들 또한 전문연이 폐지·축소 될 수 있으니 진학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임지현 회장은 "대학계에 팽배해 있는 전문연 제도의 불안감을 해소해달라"며 "제도 개선 시에도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드시 들어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과기계 관계자들 또한 국방부의 전문연 감축에 강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다만 40년 넘게 전문연을 비롯한 이공계 병역특례제도가 기간이 조금 축소된 것 외에는 변함이 없는 것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대식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인공지능(AI) 국방을 위한 창의적 인재양성'이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하면서 이스라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군대 면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려워 군 내에 과학부대를 뒀으며 최근에는 테크니온공대 같은 곳에 국방연구소 허브를 만들었다"며 "우수 R&D 인력이 군 복무를 하면서 국방기술 개발에 투입, 미사일 등 여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식 교수는 "이처럼 새로운 프레임으로 전문연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사회 형평성 차원에서 토론한다면 오히려 전문연 숫자를 늘리돼 첨단 국방 기술 개발에 투입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공계 병역대체복무제도의 맥락과 정책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박상욱 서울대 교수도 전문연 제도의 감축은 반대하면서 제도를 유연하게 바꿀 것을 주장했다. 그는 "대학의 연구 규모가 늘었고 대학은 이제 기업과 같은 혁신의 주체가 됐다"며 "이공계 병역특례를 병역자원 정책의 중심에 놓고 생각하면, 필요한 분야나 시기에 따라 정원을 유연하게 늘리거나 줄이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과 이상민 의원, 노웅래 의원, 이종걸 의원도 참석해 전문연 감축 방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상민 의원은 "병역자원 부족은 이해가 가지만, 이를 능가하는 사회적 이익, 공익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국방부를 설득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도 "과학자 분들이 걱정하는 부분들이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