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사금고화가 초래한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엊그제 같은데 여전히 지분구조 개선이 안 되고 있다.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사금고화 비중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극약처방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답보 상태다. 더구나 최근 저축은행 수신(예금과 적금)이 늘고 있는 추세여서 예금자 입장에서는 마치 사금고에 돈을 맡겨두는 것과 다름이 없다. 제2의 부실사태가 또 터지지 않는다는 장담을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대주주 지분을 강제로 처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축은행 지배구조에 대해 몇 차례 거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2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일련의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인수합병(M&A) 등을 거쳐 소유구조에 큰 변화가 발생했지만, 여전히 개인 대주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45.6%인 36개가 개인 대주주일 만큼 소유구조가 취약하다. 대주주주의 사금고로 얼마든지 유용될 수 있는 셈이다.
한때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인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법규 위반 경력이 있는 요주의 인물을 특별 관리하기도 했다. 사실상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 저축은행 부실의 상당 부분이 불법 대출이나 신용공여한도 초과 등 대주주나 경영진의 불법 행위에서 비롯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한지 8년이나 지난 현재는 어떨까. 여전히 부실을 초래한 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은 묘연하다. 79개 저축은행 중 53개가 전문경영인을 두고 있지만 '오너'가 있는 곳이 상당수로 대주주의 입김으로부터 벗어나 독립적인 경영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임원 등 요직도 대주주의 친인척이나 특수 관계인들이 맡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업계가 작성한 대외비 문서에서도 "저축은행은 소유지분에 대한 규제 제한이 없어 대주주의 경영간섭이 가능하다"며 "지배구조가 취약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물론 일련의 부실사태를 계기로 저축은행 대주주의 적격성을 주기적으로 심사해 부적격 대주주에 대해 시정명령, 의결권 정지, 주식처분 명령, 이행강제금 부과 등의 조치를 위할 수 있도록 규정이 신설됐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인 나온다.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대주주 등에 대한 재산상 부당한 이익 제공으로 제재를 받은 저축은행이 다시 발생한 것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과거 국정감사에서는 저축은행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해 대주주의 주식 보유한도 제한 등 극약 처방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된 바 있다.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대주주의 탐욕과 무관치 않다는 것인데, 저축은행의 사금화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염려한 대목이다.
최근 저축은행 수신이 증가세에 있어 사금화에 따른 우려는 더 증폭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저축은행 부보예금(예금보험이 적용되는 예금)은 58조원으로, 이중 예금자보험 한도 5000만원 순초과 예금은 6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 부실사태 이후 경영건전성 회복으로 다시 고액 예금이 증가하고 있어 업계로서는 고무적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냉정하게 짚어보면 개인 대주주 비중이 많은 저축은행 특성상 대주주 호주머니에서 유용될 수 있는 쌈짓돈이 더 늘어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는 여전히 5000만원 초과 예금에 대해서는 분산해 예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대주주의 탐욕으로 저축은행 부실이 언제 또 터질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1970년대 사금융의 만연으로 인한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사금융양성화 3법이 제정되면서 지금의 저축은행은 상호신용금고로 출범했다. 설립목적은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융편의를 도모하고 거래자를 보호하며 신용질서를 유지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다. 한때 덩치가 커지면서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지방은행 인수를 허용하거나 전환하는 요구도 있었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한 PF대출 부실과 대주주의 불법 대출 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 그 여파로 구조조정 이후 79개 저축은행이 살아남아 현재 311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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