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네덜란드에서 한국형 농촌요양시설과 농촌관광의 미래 모델을 찾다(2)
입력 2019-07-22 17:19 
치매환자들의 인권 때문에 내부에서의 사진촬영은 제한되었다. 연수참가자들이 호그벡 내 극장 앞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김현철 팀장]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농촌도시를 효율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필요는 계속 커져가고 있다. 반면, 귀농귀촌의 증가세는 한풀 꺾였으며 다시 도심으로 유턴하는 귀농귀촌인들 역시 증가하는 추세여서 국가적, 사회적 해결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고령화 사회로 가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치매 등 중증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들을 공론화해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에 도시농촌융복합포럼을 운영하고 있는 매경비즈는 네덜란드 케어팜, 치매마을, 농촌관광마을 시찰단을 모집해 지난 6월 18일부터 22일까지 3박 5일 일정을 강행군으로 소화했다.
농업 분야 뿐아니라 복지선진국인 네덜란드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그 두 번째는 호그백 치매마을이다.

◆"하나의 사회가 구현되고 있는 것에 놀랐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베스프 마을 북쪽 외곽에 자리한 호그백 치매마을. 중증 치매환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어느정도 경계를 하고 둘러봤지만 실제로 느낀 점은 노인들이 모여사는 일종의 실버타운이라는 생각이 더 강했다.
통제와 감시가 없이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환자들이 기거하는 집 내부까지 들어가 볼 수 없었기에 바깥 활동만 하는 환자들과 시설만 봐서는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은 감안해야 한다.
be사의 아이리스 반 슬루틴 컨설턴트가 연수참가자들에게 호그벡 치매마을에 대한 설명을 하고있다[사진=김현철 팀장]
호그백 치매마을을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 Vivium의 자회사인 be사의 아이리스 반 슬루틴 컨설턴트도 우리 일행을 안내하면서 내뱉은 첫마디가 '중증 치매환자들은 무서운 사람인가?'라는 의문을 갖고 우연히 호그백 치매마을을 구경하고는 "하나의 사회가 구현되고 있는 것에 놀라서 이곳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의 방문이 이뤄지는 만큼 호그백 치매마을은 방문객을 맞는 절차가 신속하게 이뤄졌다.
우리 일행은 먼저 극장(강의장)에 모여 아이리스 컨설턴트로부터 호그백 치매마을 운영 전반에 대해 브리핑을 받고 질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리스 씨는 네덜란드 건강관리 시스템에 따른 치매환자 관리가 어떻게 이뤄지고 호그백 치매마을 같은 곳으로 오게되는지 설명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치매 진단을 받으면 가능한한 오래 집에 머물게 하는게 목표이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1주일동안 24시간에 걸쳐 전문가가 함께 하는 케어에 들어간다.

그리고 독립된 위원회 평가를 받아 기관 이동여부를 결정한다. 가족들이 호그백 치매마을 등의 시설을 둘러보면서 결정하고 거주에 들어간다.
호그백 치매마을은 왜 유명세를 탈까?
현재는 중증 치매 환자 및 뇌손상 환자 등 169명이 27개 집에서 6~7명씩 생활하고 있다.직원 200여과 자원봉사자 140명이 있어서 환자들을 1 대 1로 돌보고 있다.
이곳에 입소 대기 환자가 220여명에 달하고 짧게는 석달에서 1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비용은 환자 한명당 연간 7~8만 유로를 내야하는데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호그벡 치매마을 내의 모든 치매노인들은 일반인과 거의 동일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사진=호그벡치매마을 제공]
치매 요양병원 간호사였던 이본 반 아메롱겐이 25년 전에 시작했고 10년 전인 2009년 '환자들이 최대한 일반인들처럼 생활하는게 중요하다'는 가치를 설정하고 기존 건물을 부수고 지금의 건물을 지었다.
아이리스 씨는 환자들에게 최대한 일반 생활처럼 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약 5000평(1만5천제곱미터) 규모의 이 마을에서 환자들은 어디든 자유롭게 왔다갔다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도 일반적인 치매시설의 경우 한 곳에 머물러야 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환자들의 집도 여느 네덜란드 가정집처럼 평범한 현관문과 거실, 침실, 부엌 등으로 꾸며져 있고 이 곳에서 요리, 세탁, 보드게임 등을 하고 있다. 집 안팎에서 원래 살아왔던대로 일상적인(normal한) 생활을 유지하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환자가 살아왔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문화권이 같은 환자끼리 엮어주고 있는데 예전에는 7개 라이프 스타일로 나눴다가 나름의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은 4개 라이프 스타일로 구분하고 있다.
예컨대 부자로 살아왔던 환자들을 위한 화려한 컬러의 인테리어와 야외가든이 있는가 하면 평범한 삶을 살아왔던 환자들을 위한 무난하고 평범한 인테리어와 채소 가꾸기 시설도 있다.
이에 대해 아이리스 씨는 "치매에 걸렸다고 해서 종교, 문화가 갑자기 바뀌지 않기 때문"이라며 최대한 환자의 살아온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강조했다. 물론 환자들은 공동시설인 수퍼마켓과 식당, 카페, 극장들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음악과 미술, 물리치료 등 각종 액티비티를 할 수 있는 35개 클럽도 있다.
호그벡 슈퍼마켓.치매환자들도 직접 물건을 고르고 구매할 수 있다. [사진=호그벡치매마을 제공]
수퍼마켓은 각자의 집에 예산이 있어서 카드로 계산하고 있고 환자 혼자와서 물건을 가져가도 상주하는 수퍼마켓 직원이 유연하게 응대하기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식사는 각자의 집에서 하지만 가족이 방문하거나 할때는 식당을 이용해 외식을 즐길수도 있다. 심지어 알콜중독이 아니라면 한 두 잔의 술도 마실 수 있게 한다.
아이리스 씨는 결국 이곳 환자들은 활동적인 환경이 조성돼 있기 때문에 밤에 잘자게 되고 (다른 시설의 환자들에 비해)근력이 좋은 편이라고 말한다.
식당과 카페는 지역민들이나 외부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으며 기업체나 단체 이벤트 등을 위해서도 극장이나 식당을 오픈하고 있다.
이는 환자들에게 최대한 일상생활처럼 느끼게 하는 측면도 있지만 치매마을의 경영유지 측면에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와 같은 방문객들에게도 꽤나 비싼 입장료를 받고 있다.
아이리스 씨는 "치매환자와 정상적인 사람이 나란히 사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외부 사람들과 치매 환자들이 섞여 살 수 있도록 하는게 호그백 치매마을의 미래 모습"이라고 말했다.
호그벡 내 PUB의 모습. 치매환자는 물론 가족,지역주민도 이용한다.[사진=호그벡치매마을 제공]
치매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우리나라도 치매 국가책임제를 통해 정부 지원을 늘려가고 있고 서울 용산구가 치매안심마을을 조성키로 하는 등 지자체들도 치매환자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이리스 씨는 한국 정부 관계자와 요양시설 관계자들이 호그백 치매마을 방문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도 "한국은 다른 문화여서 한국적인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당연히 한국적인 것이 필요하겠지만 이번 방문을 통해 정부의 지원, 기관운영자와 직원들의 마음가짐 등이 중요하고 시설이 위치하는 지역과 지역민들의 협조가 있어야 이런 시설이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생각은 분명해졌다.
[네덜란드 = 장용수 매경비즈 콘텐츠개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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