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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구혜선 "소설가·화가·감독? 배우가 제일 어려워요"
입력 2019-07-20 08:01 
소설가로 돌아온 배우 구혜선이 신간 '눈물은 하트 모양'을 통해 본인의 과거 연애사를 공개했다. 제공|HB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구혜선(35)은 팔방미인이다. 인터넷 얼짱 출신으로 연예계에 입문, 배우로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커리어를 쌓은 것은 어쩌면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구혜선은 소설가, 영화감독, 음악감독, 화가 등 다양한 예술 및 창작 활동을 통해 행동 반경을 넓혀갔다. 다만 상업주의적인 활동이 아닌, 그의 말처럼 작가주의적 활동이었지만 그간 차근차근 쌓아온 필모그래피가 심상치 않다.
최근 출간한 소설 눈물은 하트 모양은 2012년 복숭아 나무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작품. 집필 시점은 한참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30대 중반 기혼 여성의 삶을 살고 있는 그가 20대 초, 첫 연애의 기억을 떠올리며 써내려간 자전적 창작물이다.
"20대 때 연애담을 쓴 책이에요. 20대 중반에 썼으니까, 7~8년도 더 됐네요. 지금은 좀 퇴화했지만 20대 땐 창작욕구가 많았거든요. 점점 현실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상상력이 이제 내게서 안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애착을 갖고 있던 작품이죠."
당시 구혜선은 이 작품을 영화로 제작하려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로 집필했다. 하지만 투자가 여의치 않자 오랜 시간 묵혀뒀다 다시 소설로 방향을 바꿔 세상에 내놓게 됐다.
"원래는 영화 하려고 낸 시나리오였는데, 제 영화가 잘 안되다 보니(웃음) 투자가 안 되고 진행이 안 됐죠.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니 이건 누가 쓴 거지? 내가 이런 걸 썼다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재미있게 읽었죠. 버리기 아까웠어요. 이걸 꼭 영화로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소설로 다시 작업했죠. 시나리오로 보면 더 적나라해요. 욕도 많고(웃음). 그래도 약간 말랑말랑하게 순화해서 나오게 됐죠."
구혜선은 자신의 20대의 좌충우돌 연애 과정을 소설 속 캐릭터 '소주'에 투영했다. 제공|HB엔터테인먼트
눈물은 하트 모양은 예상하기 힘든 성격의 여자 소주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끌려들어 가는 남자 상식의 사랑을 담은 소설이다. 구혜선 특유의 발랄한 문체와 그의 연애에 대한 남다른 시각들이 인상적이다.
애초 타이틀은 눈물은 하트 모양이 아닌 소주의 상식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원 타이틀이 마음에 들지만 20대 인싸들을 위한 소설을 노리고 출판사에서 투표를 해서 눈물은 하트 모양이라는 제목으로 내게 됐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소주도, 상식도 각각의 의미로 통용되는 단어지만 이 작품에서만큼은 인물명이다. "소설은 소주라는 이상한 여자애를, 상식이라는 남자의 시각으로 이야기하며 전개되요. 소주는 마치 엽기적인 그녀 같은, 좀 이상하지만 사랑스러운 인물이죠. 상처가 많지만 순수하고, 이상한 아이요."
여주인공 이름이 소주가 된 것은 "이별하고 소주를 많이 먹어서"라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실제 실연한 뒤 소주를 왕창 마셨다"는 구혜선은 소주에게 실제 자신의 20대 때 모습을 상당 부분 투영했다.
"20대 땐 저도 소주 같은 면이 있었어요. 첫사랑 실패의 상처가 커서 연애에 대해 회의적이었고, 결혼할 것 아니면 굳이 만나고 싶지 않다가도 막상 좋아하면 불나방처럼 뛰어들이고 하는, 소주의 그런 모습은 제 모습도 투영된 거죠. 그렇다고 제가 소주 같기만 한 건 아니에요. 상식에게도 제 모습이 투영돼 있죠."
소설 속 소주처럼, 구혜선도 첫 연애의 기억은 또렷하다. "첫사랑 실패의 상처가 컸어요. 그 상처가 아물게 하기 위해 스스로 막 상대방을 이해하려 하는거죠. 그렇게 인정하려 하고, 이해하려 하면서도 연애에 회의적이 되고, 방황하던 시기에 썼던 것 같아요."
이번 소설이 그러했듯, 또 최근 진행한 개인전(展)이 반려견과의 사별 후 감정을 풀어냈듯, 작가 본인이 느끼는 상처나 절망,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을 작가주의적 창작물로 펼쳐보이는 마음은 어떨까.
"할 때는 힘든데, 하고 나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저 스스로 그걸 애도하고 보내주는 것까지 하게 되더라라고요. 그래서 작업할 때는 좀 힘들어요. 특히 예전에 피아노 음악작업 할 땐, 가슴이 찣어지는 감정이 들어야 나오기 때문에 많이 힘들게 작업했죠."
`팔방미인` 구혜선이지만 "연기가 제일 어렵다"며 "빨리 작품을 통해 대중 앞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제공|HB엔터테인먼트
순수 예술 작가로서의 삶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음... 냉정하게 얘기하면. 작가로서의 삶은 돈이 안 되요. 그런데 배우가 돈이 돼요 하하하. 그런데 배우 일을 할 때 제일 예민해요. 작가주의적인 것들은 나를 표현하는 거니까 굉장히 자유롭게 하지만, 연기는 내가 내가 아니어야 하니까. 개인적으로 연기할 때 제일 어렵고, 힘들고 예민하죠."
힘들고 예민한 작업임에도 불구, 연기는 구혜선에게 일종의 감정의 배출구가 되기도 하다. 그 때문일까. 2015년 블러드 이후 안방극장 시청자를 만난지 못해온 그에게 현재 연기에 대한 목마름은 상당했다.
"평소 생활 속 저는 그렇게 감정적이지 않거든요. 우는 것도 잘 못 하고요. 그런데 연기할 땐 많이 웃고, 많이 울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제 안의 감정들도 해소가 됐던 것 같아요. 그 힘으로 20대를 버텼던 것 같기도 하고요. 글 쓰는 일은 감정을 쏟아내는 것과는 좀 다른 작업이라, 연기를 통해 해소된 것들이 있었죠."
하지만, 어쩌면 그가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이기 때문일까. 연기가 어렵다는 그의 마음이 때로는 고스란히 TV 화면에 투영돼 시청자에게도 부담스럽게 작용하기도 한다. 연기력 논란 얘기다. 구혜선 역시 일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저에게 어울리는 역할이 있고, 제가 잘 못 하는 전문직 같은 옷을 입었을 때는, 항상 그런 논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캡틴이나 파일럿, 의사 역할을 했을 때 논란이 되곤 했죠. 고민하게 되요. 맨날 똑같은 캔디를 해야 되나 싶기도 하고요. 전문직 캐릭터를 잘 소화하지 못해 논란이 되면, 도전을 주저하게 되는 것도 있고요."
특정 장르, 특정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던 배우라면 누구라도 가질법한 고민. 그는 "사실 나에게 잘 어울리는 걸 하면 편한게, 또 안에서는 새로운 걸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면서도 "만약 캔디형 인물을 또 만나게 된다면, 이제 진짜 마지막일테니 정말 열심히 할 것 같다"며 웃었다.
결혼 전과 후. 여배우들의 캐스팅에 보이지 않는 한계가 생기는 현실적인 여건 속, 그 자신의 모드 전환이 아직 완벽하지 않은 영향도 없지 않다고. 하지만 지금은 "욕심은 많이 내려놨다"는 그다.
"결혼도 했는데 꽃남(꽃보다 남자) 같은 걸 또 하고 싶다고 하는 건 안되지 하는 생각도 물론 있죠. 결혼 후 역할에도 한계가 생기고, 캐스팅 과정에서 꺼려지는 것도 이제는 받아들이려 해요. 배우는 배우니까. 연기할 때 다른 걸 보여주면 되는 거니까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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