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7월 18일 뉴스초점-정권 따라 춤추는 세운상가
입력 2019-07-18 20:11  | 수정 2019-07-18 20:39
'세상의 기운이 모이는 곳'. 1968년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 타운이자 유일한 종합 가전제품 상가로 탄생한 세운상가는 종로와 청계천로, 을지로와 퇴계로를 관통하며 서울의 중심 상업지구로 호황을 누렸습니다. 87년 용산전자상가가 들어서기 전까지 말이지요.

때문에 2006년 서울시는 세운상가와 종묘, 남산을 잇는 대규모 도시재정비 사업으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했습니다만,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완성되지 못한, 아니, 이젠 아예 사업 자체가 무산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서울시가 정비구역 해제 절차에 들어갔거든요.

경제 위기 등으로 중단된 사업을 재추진해 다른 나라 도시계획단이 배우고 싶다고 할 정도로 1단계를 제법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데다, 지난해 말엔 주택 5천 가구까지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했었는데 말입니다.

이유는 노포. 오래된 가게들 때문입니다. 오래된 냉면집을 비롯한 기존 노포들이 철거 위기에 처하자 재개발에서 보존으로 정책의 방향을 바꾼 겁니다. 물론 오래되고 의미 있는 곳을 보존하는 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낙후될 대로 낙후된 곳을 그냥 방치하는 게 옳은 걸까요.

2014년 서울시는 도시발전을 개발에서 재생으로 전환하겠다고 했고 현재 27곳에서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 중인데, 이 중에는 세운상가처럼 또 보존할 곳이 없을까요.

재개발로 새 모습을 갖춘 피맛골처럼 곳곳에 투명 보호벽을 만들어 유적을 보존하고, 이전하게 된 노포의 간판과 각종 집기류는 박물관에 옮겨 보존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개인의 계획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계획은 시민과 약속한 정책입니다. 반발 때문에 약속을 바꾼다고요? 그럼 반발을 고려하지 않고 애초 덜컥 약속을 해버린 것도 문제지요. 개발한 지 50년이 넘어 낙후된 곳을 손대지 않는다면 어디를 개선해야 할까요. 혹 어딘가 무너진 뒤, 그제서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하는 정책이 나올까 걱정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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