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된지 12년만에 누적 적자가 1조원을 넘어서면서 부산시가 혁신안을 내놓았다.
17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에는 33개 시내버스 회사가 144개 노선에 걸쳐 2511대의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준공영제 시행에 따라 수익성 없는 정책 노선에 대중교통 서비스가 확대됐다. 심야 노선은 6개에서 16개로 확대됐고 버스 노선도 총 582㎞에서 855㎞로 늘어났다. 무료 환승제 시행과 요금 인상 억제로 시민 교통비 부담을 줄이기는 했지만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무료 환승 비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2010년 975억원이던 운송적자는 지난해 1641억원으로 늘어났다. 올해도 1800억원 적자가 예상되는 등 적자는 연간 20%씩 늘어나는 추세다.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발생한 누적 적자만 1조1853억원에 달한다. 더욱이 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113명의 운수 종사자를 신규 채용해야 하므로 앞으로는 73억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최근 버스 노사가 임금 3.9% 인상에 합의하면서 인건비 115억원도 추가로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다. 부산시가 버스 회사에 지급하지 않은 미지급액도 949억원이나 있다.
준공영제 시행으로 부산시가 버스회사에 적자를 보전해 주기 때문에 업계는 비용감축이나 자구노력 등 책임경영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기사 채용 비리와 비용 과다 지출, 인건비 허위청구 등 도덕적 해이까지 겹치면서 시민 여론이 악화했다.
부산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혁신하기 위해 3대 추진 전략과 18개 과제를 발표했다. 먼저 부산시는 시내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부산을 북·서·중·동부권으로 나눠 도시철도와 중복되는 버스 노선을 대폭 조정해 환승체계를 강화한다. 비수익 노선에 대해서는 서비스를 개선하고 재정지원을 줄이기 위해 노선 입찰제를 시범 도입한다.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국 처음으로 부산시와 버스조합, 업체, 금융기관이 회계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실시간 입·출금 내용을 확인함으로써 회계 부정을 원천적으로 막는다는 게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이유다. 경영 부실이나 비리 업체 등에는 공익이사를 파견해 지원과 감독을 강화한다. 신규 채용, 임직원 현황, 수입·지출 현황 등 주요 경영정보를 부산시 홈페이지에 공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운송비용을 유용하는 등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준공영제에서 퇴출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버스업체가 경영개선을 통해 운송비용을 절감하면 일정액을 업체 수익으로 인정함으로써 업체 스스로 운송원가를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중소규모 업체를 합병을 통해 경영 효율화와 관리비용 절감을 유도하는 동시에 재정지원금 한도를 정해 업체 책임경영을 촉구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이번 혁신안을 시행하면 표준운송원가와 임원 인건비 등에서 총 118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부산시는 전문가 토론회와 교통정책 시민참여단 의견 등을 수렴하고 내달 중 공청회를 열어 준공영제 혁신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혁신안에 대해 버스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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