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 반(反)당권파가 17일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 연대'(대안정치연대)를 결성하기로 했다. 사실상 분당 수순을 밟게 된 것으로, 호남 지역을 주축으로 한 '호남정당'은 또다시 세포분열 상태에 놓였다.
평화당은 지난 16일 밤 9시부터 심야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당의 진로에 대해 끝장토론을 벌였으나 '자강론'을 펼치는 정동영 대표 측의 당권파와 당장 제3지대 창당을 준비해야 한다는 반당권파가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이에 김종회, 박지원, 유성엽, 윤영일, 이용주, 장병완, 장정숙, 정인화, 천정배, 최경환 의원은 17일 새벽 의총뒤 발표문을 통해 "우리 10명의 국회의원들은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약칭, 대안정치)'를 결성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득권 양당체제를 극복하고 한국 정치를 재구성하기 위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다"면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변화와 희망의 밀알이 될 것을 다짐하며, 뜻을 같이하는 많은 분의 동참을 호소한다"고 '대안정치' 출범을 밝혔다. 이들은 또 유성엽 원내대표를 대안정치연대 대표로, 최경환 의원을 대표간사로, 장정숙 의원을 대변인으로 명했다.
이처럼 정동영 대표와 대안정치 측의 갈등은 9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 대비 전략에 대한 견해차로 비롯했다. 정 대표 측은 평화당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힘을 키워내 독자적으로 총선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안정치 측은 한 자릿수 지지율의 현재 체제에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당 밖의 세력 등과 적극적인 연대를 통해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향후 바른미래당에서 튀쳐나올 국민의당계 의원들과의 통합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른바 '제3지대 신당 창당론'이다.
이로서 바른미래당 창당에 반발해 국민의당 내 통합 반대파인 중진 의원들 주축으로 2018년 2월 세워졌던 평화당은 1년 5개월여만에 사실상 분당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당초 평화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에 반발한 국민의당 일부 의원과 지역위원장이 DJ정신 및 호남정신 계승, 중도개혁 정체성 수호를 명분으로 창당한 바 있다.
하지만 대안정치 측은 곧바로 탈당을 결행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평화당 외의 다른 세력들을 규합해야 하는 만큼 정치권의 정계개편 분위기가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결국 바른미래당 내 국민의당계가 결단을 내릴 수 있는지에 따라 탈당 결행이 가늠될 수 있을 전망이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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