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7월 16일 뉴스초점-KOREA 사라진 유니폼
입력 2019-07-16 20:03  | 수정 2019-07-16 20:35
세계 193개국, 7,266명의 선수가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의 광주 세계 수영 선수권대회. 우리나라는 5개 종목에 118명의 선수와 임원을 파견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개최국의 자존심을 높이고 있습니다만, 국제적인 망신이란 악평이 쏟아지고 있죠.

이틀 전 다이빙 남자 1m 스프링보드 결선 당시 우리 팀의 에이스로 꼽히는 우하람 선수도 출전했지요. 그런데 유니폼에 KOREA가 없습니다. 알고 보니, 은색 테이프를 등에 떡 하니 붙인 선수가 우하람 선수였지요.

대한수영연맹이 협찬사와 전속 후원 계약을 늦게 했기 때문에 코리아라고 적힌 옷이 없었다는 건데, 지난해 기존 후원사와 계약이 끝나 다른 업체를 물색하다가 내부 분열로 무산된 뒤, 6개월을 그냥 손 놓고 있었던 겁니다. 3년 전 각종 비리로 새 집행부를 구성한 지 1년도 안 돼 또다시 내부 분열로 삐걱대고 있는 거죠.

결국 개막 11일 전 급히 기존 업체와 재계약을 했지만, 선수를 위한 유니폼을 만들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급한 대로 시중에 판매 중인 제품을 수거해 가슴에 태극기만 겨우 달아 내보낸 겁니다. 때문에 등엔 KOREA 대신 브랜드 로고를 가린 은색 테이프가 붙여졌지요.

4년 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경기를 앞두고 구자철 선수는 '대표팀 유니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수많은 지원과 지지를 받은 만큼 긍지를 가지고 열심히 하겠다는 건데….

세계는 주목하지만, 개최국 한국은 주목하지 않는 세계 수영 선수권대회, 앞장서 지원해도 모자랄 수영연맹이 오히려 선수들의 기를 꺾고 있는 상황이니 남은 건 선수들의 의지밖에 없네요. 등에 KOREA 대신 테이프를 붙이고도 이 나라 대표 선수로 열심히 경기하고 있는 우리 선수들에게 '그래도 힘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참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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