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7월 15일 뉴스초점-난수표가 돼 버린 양도세
입력 2019-07-15 20:11  | 수정 2019-07-15 20:41
18세기 영국엔 집 짓는 데 들어간 벽돌 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벽돌세'가 있었습니다. 세금을 줄이려고 벽돌 크기는 점점 더 커졌죠. 중세 유럽엔 창문 수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창문세'도 있었는데, 결과는 '창이 없는 집'이 등장했습니다. 이렇듯 과거에도 세금을 걷으려는 정부와, 세금을 아끼려는 국민들의 숨바꼭질이 있었죠.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지난해 초부터 2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올해 10월에 살지 않는 집을 팔고, 2021년 2월에 자신이 사는 집을 판다면 이 마지막 주택엔 양도소득세가 부과될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세법 개정으로 2021년 1월 1일 이후에 양도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세가 부과됩니다. 하지만 만약 2020년 11월에 집을 판다면, 양도세를 내지 않죠. 똑같이 집을 파는데 차이는 엄청납니다. 그동안 정부는 부동산 억제를 위해 양도소득세 제재의 가짓수를 늘려왔는데, 계속 세법에 손을 대다 보니 애초 3개였던 일시적 2주택 양도세 경우의 수는 지금 33개가 됐죠.

여기에 조정대상지역에 따라 또 달라서 2주택자가 집을 팔면 양도세가 10% 가산되고, 3주택 이상에는 20%의 양도세가 부과되죠. 하지만 다주택자라도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집을 팔면 일반세율만 부과됩니다. 참 복잡하죠.

사실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는데 이 양도세를 건드리는 것만큼 효과가 크고 쉬운 방법이 없다 보니 정부가 부동산 대책 때마다 세법을 바꿨고, 그 바람에 양도소득세가 그야말로 난수표처럼 복잡해진 겁니다.

이렇다 보니 세무 전문가조차 양도세가 얼마인지 계산을 잘 못 하겠다는 '양포 세무사'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습니다. 상담을 잘못했다가는 거액의 가산세를 물어줄 판이거든요.

아무리 집값을 잡는 데 효과적이라 해도 세금만으로 집값이 바로 그냥 잡힌다면, 사실 집값 문제가 이처럼 심각해지지도 않았겠죠. 이래저래 혼란스러운 세법을 받아들여야 하는 납세자들만 힘겨운 처지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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