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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축소 등 민감한 법은 의원입법…정부는 국회뒤로 숨어
입력 2019-07-15 17:57  | 수정 2019-07-15 20:46
◆ 포퓰리즘에 누더기 된 세제 ◆
세법 운용의 주도권을 상실한 국회는 때때로 정부의 '여론 방패막이'로 쓰이기도 한다.
여론 반발이 심할 수 있는 세법이슈는 정부가 직접 발의하기보다 의원입법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15일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정부 발의는 독단적인 느낌을 주는 측면이 있고, 의원입법 방식은 상대적으로 많은 논쟁·협의를 거쳤다는 인상을 준다"며 "여론이 과열될 것으로 우려되는 사안을 다룰 때 의원입법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종교인 퇴직소득 과세축소 법안이 그런 사례다. 이 법안은 2018년 1월 1일 이전에 퇴직한 종교인들의 퇴직소득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법상 2018년 1월 1일 이후 퇴직한 종교인들은 종교인 과세 이후 퇴직소득을 올려 막대한 소득세가 부과되는 반면 그 이전에 퇴직한 종교인들은 과세받지 않아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2002년 공적연금(공무원, 군인 등)의 일시금 퇴직소득에 대한 과세가 시행될 때도 같은 취지에서 퇴직소득에 과세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2017년 종교인 과세법안이 통과된 후 종교계와 함께 '종교인소득 과세협의체'를 운용하며 이 같은 문제를 1년 넘게 논의해왔다. 그런데 정작 법안은 지난 2월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하게 됐다.

협의체에 참여했던 종교계 관계자는 "지난해 초부터 이 문제를 공론화시켜 논의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해왔다. 종교인 과세는 여론의 관심이 뜨거운 만큼 공개적인 논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정부는 차일피일 대응을 미루더니 연말이 돼서야 '국회를 통해 입법하자'고 제의했다. 여야가 모두 합의한 의원 입법안이라 홍보하면 통과가 쉽다는 논리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 법안이 조세 형평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오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여야 4당이 의견을 모은 법안이어서 정부도 동의했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정부가 의원입법을 방패 삼아 슬쩍 통과시키려 했던 이 법안은 결국 법사위에서 가로막혀 종교인 퇴직소득 과세방식은 미결과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문재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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