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회장님 체면도 세워야 하는데…양파 고민에 빠진 2금융권
입력 2019-07-15 11:32 

은행연합회 등 6개 금융협회가 최근 양파 가격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민을 돕고자 양파 소비촉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고객 사은품 제공을 비롯해 소비 활성화에 적극 동참하기로 한 것인데 금융업권별로 온도차가 감지된다.
은행권은 지점이 많아 고객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구조적 특징으로 양파 소비 촉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으나, 저축은행, 보험, 금융투자업권은 양파를 구매하더라고 처리하기가 쉽지 않아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15일 금융권에 따른 은행권은 일찍이 양파 구매를 확정하고 소비에 나섰다. 은행권에서 가장 양파를 많이 구입한 곳 중 하나로 알려진 우리은행은 120t을 사들였다. 우리은행은 유례없는 양파 가격 폭락에 시름하고 있는 농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금융권이 농가 지원에 동참하자는 취지로 양파 구매를 결정했다. 우리은행이 구매한 양파는 고객 사은품으로 활용된다. 우리은행은 임직원이 양파 구매 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사내 양파 판매 바자회도 열어 양파 가격의 50%도 지원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양파 120t을 구입하기로 결정해 양파 소비촉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신한은행은 90t, 전북은행은 40t의 양파를 사들이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가장 먼저 양파 소비촉진에 나서고 있다. 금융투자업권에서는 NH농협금융지주 계열인 NH투자증권이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권은 업의 특성상 양파를 구입하더라도 처리가 쉽지 않아 NH투자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증권사들은 쉽사리 결정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구입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처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내방 고객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은행처럼 지점이 많지도 않아 나눠주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을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양파 구매를 알려온 곳이 없다"고 말했다.
저축은행권도 고민이 깊다. 저축은행중앙회가 각 회원사에 양파 구매에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을 내린 곳은 없다. 적어도 대형사들이 구매에 나서줘야 하는데 아직 답보 상태다. 한 관계자는 "사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처리가 문제"라며 "지점수가 적고 내방 고객이 많지 않아 고객에게 나눠주는 것도 어렵다. 일단 처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한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협회들도 양파 구매에 대한 협조를 회원사에 구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이렇다 할 반응은 없다. 때문에 각 협회장들의 체면 문제도 있어 담당 실무를 하는 직원들의 양파 구입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한편 정부는 양파 생산량이 작황 호조로 평년보다 17만t 과잉 생산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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