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민주 女 4인방에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 파문
입력 2019-07-15 11:0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원래 그들이 살던 나라로 돌아가는 게 어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민자 가정 출신의 민주당 여성 하원의원들을 가리켜 조롱 섞인 비난을 했다가 '설화'를 빚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요일인 1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의 '진보' 여성 의원들을 보는 건 흥미롭다"며 "이들은 정부는 완전히 재앙이고, 부패하고 무능한 나라 출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강력한 미국이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 목소리를 높여 악랄하게 말한다"면서 "원래 나라로 돌아가서 완전히 무너지고 범죄로 들끓는 그 곳이나 바로잡으면 어떠냐"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 곳들은 당신들의 도움을 몹시 필요로 한다"며 "기꺼이 낸시 펠로시가 신속하게 공짜로 돌아가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했다. 최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리더십에 이들 의원들이 도전하고 있는 상황을 비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민주당 초선 의원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푸에르토리코계와 일한 오마르(소말리아계).
트럼프 대통령이 겨냥한 의원들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푸에르토리코계), 일한 오마르(소말리아계), 라시다 틀라입(팔레스타인계), 아이아나 프레슬리 의원(아프리카계) 등이다.
이 가운데 오마르 의원만 소말리아에서 태어났고 나머지 의원들은 모두 미국 본토에서 태어났다. 이들은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 '프레시맨(초선) 4인방'으로 불리며 가장 좌파적 색채의 주장을 해왔고, 트럼프 대통령 탄핵론에도 가장 먼저 불을 지폈다.
특히 약칭 'AOC'로 불리며 워싱턴의 스타로 떠오른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최근 멕시코 국경 수용소 시설에 잠입해 열악한 환경을 폭로하는 등 '트럼프 공격수'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던 셈이다.

민주당 진영은 "인종차별"이라며 당장 거센 반격에 나섰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우리 모두가 맹세한 나라는 미국"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까지 포함한 미국을 상상할 수 없어서 화가 난 것"이라고 응수했다. 오마르 의원도 "이것이 우리가 가장 부패하고 무능한 대통령에 맞서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초선 4인방과 긴장관계에 있던 펠로시 의장도 가세해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그가 해왔던 외국인 혐오 발언의 연장선"이라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언제나 '미국을 다시 하얗게'임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센 역공을 받자 이날 오후 다시 트윗을 올려 "민주당이 우리나라를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을 지지하는 것을 보니 참 서글프다"며 "그들은 반대에 직면하면 언제나 상대방을 그들의 역겨운 언어인 '인종주의자(racist)'라고 부른다"고 반박했다. 이어 "만약 민주당이 계속 그런 불명예스러운 행동을 용납하길 원한다면 우리는 더욱 2020년 투표를 고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내년 선거를 겨냥해 지지층을 규합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만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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