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추가 금리 인하 시 높은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는 20년물 이상 초장기 채권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에서는 50년 이상 초장기채에 뭉칫돈이 몰리는가 하면 국내에서도 초장기채 물량이 모두 소화되면서 발행량이 증가세를 보였다.
1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주 입찰에 들어갔던 이탈리아 50년물 국채는 30억유로 모집에 170억유로가 들어와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오스트리아가 100년물 국채를 재발행해 투자자가 몰리면서 금리 1.2% 수준에 발행된 것과 마찬가지로 듀레이션(채권의 평균 잔존 만기)이 긴 초장기 채권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것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가는 유럽에서 독일 등 많은 국가들의 장기채 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인 상황이라 플러스 금리를 주는 국채가 있으면 수익률을 얻기 위한 채권 투자가 집중되는 것이다. 게다가 채권은 장기채일수록 듀레이션이 긴 경향이 있어 유럽중앙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를 꺼내들면 채권가격 이득 효과까지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가령 국내에서 채권금리 하락에 따라 국채 10년 펀드 수익률이 최근 1년간 10%를 기록했는데 만약 국채 20년물을 담는다면 수익률이 더욱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박태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채권팀장은 "유럽 국채들은 금리가 마이너스에 가까운 수준이기는 하지만 환헤지 프리미엄이 붙으면 1.6%포인트 추가 수익이 가능해 국내 기관투자가도 유럽 장기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탁하진 신한BNPP자산운용 해외채권운용팀장은 "최근 들어 장기채를 통해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을 맞출 필요가 없는 투자자까지 초장기채 매입에 뛰어들었다"며 "금리 인하 사이클에 돌입했다는 판단에다 유럽은 장단기 금리차로 인한 초장기채 가격 매력까지 있는 상황이라 안전자산 측면에서 초장기채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운용사 블랙록자산운용이 출시한 20년 이상 국채물을 담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20년물국채ETF(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에는 올 상반기 49억달러가 순유입됐다.
국내에서도 20년물 이상 초장기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거래소에 상장된 30년물 비중은 24%, 50년물은 3.1%에 달했다. 금액은 각각 14조1000억원, 1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2015년 30년물 비중이 11%에 불과했고 50년물이 상장된 지 3년이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급속한 성장이라 할 수 있다. 초장기채 비중이 늘어나면서 국고채 평균 잔존 만기는 2015년 말 7.62년에서 최근 10.34년으로 증가했다.
국내에서 초장기채의 주된 투자자는 보험사다. 이정호 동양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보험사에서는 IFRS17 도입으로 부채(보험금) 듀레이션을 자산 듀레이션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초장기채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초장기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는 사례도 있지만 가격이 높아지면 중간에 매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유동성 문제 때문에 초장기채는 개인이 투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0년 이상 초장기물은 경쟁 입찰은 물론 비경쟁 입찰분까지 모두 소화될 정도로 수요가 탄탄하다"면서도 "보험사나 연기금 외에는 투자자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시장에 내놓을 때 바로 유동화시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금리 기조에서 펀드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다 보니 듀레이션이 높은 채권에 투자하는 '일드 헌팅'이 나타나고 있는데 유동성이 낮은 고수익 자산들이 지닌 부작용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승환 기자 /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주 입찰에 들어갔던 이탈리아 50년물 국채는 30억유로 모집에 170억유로가 들어와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오스트리아가 100년물 국채를 재발행해 투자자가 몰리면서 금리 1.2% 수준에 발행된 것과 마찬가지로 듀레이션(채권의 평균 잔존 만기)이 긴 초장기 채권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것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가는 유럽에서 독일 등 많은 국가들의 장기채 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인 상황이라 플러스 금리를 주는 국채가 있으면 수익률을 얻기 위한 채권 투자가 집중되는 것이다. 게다가 채권은 장기채일수록 듀레이션이 긴 경향이 있어 유럽중앙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를 꺼내들면 채권가격 이득 효과까지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가령 국내에서 채권금리 하락에 따라 국채 10년 펀드 수익률이 최근 1년간 10%를 기록했는데 만약 국채 20년물을 담는다면 수익률이 더욱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박태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채권팀장은 "유럽 국채들은 금리가 마이너스에 가까운 수준이기는 하지만 환헤지 프리미엄이 붙으면 1.6%포인트 추가 수익이 가능해 국내 기관투자가도 유럽 장기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탁하진 신한BNPP자산운용 해외채권운용팀장은 "최근 들어 장기채를 통해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을 맞출 필요가 없는 투자자까지 초장기채 매입에 뛰어들었다"며 "금리 인하 사이클에 돌입했다는 판단에다 유럽은 장단기 금리차로 인한 초장기채 가격 매력까지 있는 상황이라 안전자산 측면에서 초장기채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운용사 블랙록자산운용이 출시한 20년 이상 국채물을 담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20년물국채ETF(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에는 올 상반기 49억달러가 순유입됐다.
국내에서도 20년물 이상 초장기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거래소에 상장된 30년물 비중은 24%, 50년물은 3.1%에 달했다. 금액은 각각 14조1000억원, 1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2015년 30년물 비중이 11%에 불과했고 50년물이 상장된 지 3년이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급속한 성장이라 할 수 있다. 초장기채 비중이 늘어나면서 국고채 평균 잔존 만기는 2015년 말 7.62년에서 최근 10.34년으로 증가했다.
국내에서 초장기채의 주된 투자자는 보험사다. 이정호 동양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보험사에서는 IFRS17 도입으로 부채(보험금) 듀레이션을 자산 듀레이션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초장기채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초장기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는 사례도 있지만 가격이 높아지면 중간에 매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유동성 문제 때문에 초장기채는 개인이 투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0년 이상 초장기물은 경쟁 입찰은 물론 비경쟁 입찰분까지 모두 소화될 정도로 수요가 탄탄하다"면서도 "보험사나 연기금 외에는 투자자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시장에 내놓을 때 바로 유동화시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금리 기조에서 펀드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다 보니 듀레이션이 높은 채권에 투자하는 '일드 헌팅'이 나타나고 있는데 유동성이 낮은 고수익 자산들이 지닌 부작용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승환 기자 /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