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령부가 한반도 유사시 전력을 받을 국가에 일본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사를 대표하는 미국이 7개의 유엔사 후방기지가 있는 일본과 실제 합의한다면, 일본 자위대는 유사시 한반도에 유엔기를 들고 투입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이런 방안은 한국민 정서와 배치되고, 북한이나 중국 등 주변국도 반발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오늘(11일) "미국은 한반도에서 유엔군사령부 역할 확대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면서 "이런 차원에서 유엔사 후방기지들이 있는 일본에 대해서도 유사시 한반도에 병력과 장비를 지원하는 '유엔 전력제공국'에 참여하기를 희망해왔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유엔사는 한국, 미국, 호주, 벨기에, 캐나다, 콜롬비아, 덴마크,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터키, 영국 등 18개 회원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유엔사는 이들 회원국을 유사시 병력과 장비를 지원하는 '유엔 전력제공국'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유사시에 유엔기를 들고 한반도에 투입됩니다.
소식통은 "미국은 최근 6·25전쟁 직후 의료지원단을 파견한 독일에 대해서도 유엔사 회원국(유엔 전력제공국)에 참여해 달라고 타진한 것으로 안다"면서 "일본에 대해서는 한국 내 대(對) 일본 감정 등을 고려해 아직 이를 공식화하지 않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주한미군사령부가 이날 발간한 '주한미군 2019 전략 다이제스트' 제목의 공식 발간물에는 유엔사가 유사시 일본과 전력 지원 협력을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 발간물은 유엔사를 소개하는 파트에서 "유엔군사령부는 감사 및 조사, 감시, 정전협정 교육, 비무장지대 접근 통제, 외국 고위 인사 방문 통지 및 지원 임무를 강화하기 위해 유엔 전력제공국의 병력 증원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며 "유엔사는 위기시 필요한 일본과의 지원 및 전력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주한미군사령부가 매년 발간하는 '전략 다이제스트'에 '유엔사와 일본의 지원 및 전력 협력'이란 문구가 들어간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이 발간물은 주한미군 장병들에게 한반도와 주변지역 정세, 한미동맹 역사, 주한미군사령부와 그 예하 부대의 임무와 역할 등을 자세히 소개하는 책자로, 매년 내용이 업그레이드됩니다.
2017년과 작년에 발간한 전략 다이제스트에는 일본과 관련한 이런 문구가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유엔사 회원국에 일본을 참여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논란이 예상됩니다.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 회원국 중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전력이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로 집결하므로, 일본의 유엔사 회원국 가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한반도 강점 등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이 논란을 일으켜온 일본이 최근에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 등을 이유로 경제보복을 가하면서 한일관계가 악화하고 한국민의 반일감정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적으로 강한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 유엔사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우방이 한반도에 집결하는 셈이어서 북한,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시아에 위치하고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국가들의 강한 반발도 예상됩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주둔 국가에 대한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며 미군의 역할 축소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유엔사에 여러 국가를 참여시켜 역할분담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합니다.
유엔사는 주한미군사령부 장성이 겸임해온 유엔사 부사령관에 캐나다 인사에 이어 호주군 장성을, 참모장에 주한미군사령부 소속이 아닌 하와이 호놀룰루 H.M 스미스 캠프에서 근무한 미군 소장을 각각 임명했습니다.
유엔사의 참모 조직에도 미국, 한국 등 여러 유엔사 회원국의 장교를 임명하는 방안을 계획하는 등 주한미군사령부와 분리된 다국적 군사기구로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