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일 무역적자 54년째…누적 적자 700조원 넘어
입력 2019-07-07 16:37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이뤄진 지 50년이 넘도록 우리나라는 단 한 번도 대(對)일본 무역수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그동안 한국이 일본의 부품·소재 기술력에 의존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등을 키워온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해소하려면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가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한국무역협회(KITA)와 관세청의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1965년~2018년 54년간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 누적액은 총 6046억달러(약 708조원)로 집계됐다.

한일 양국은 1965년 청구권 협정을 체결하고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처음으로 교역을 시작했다.
당시 대일본 무역적자액은 1억3000만달러였으며, 이후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적자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1974년에는 12억4000만달러, 1994년에는 118억7000만달러로 치솟았다.
1998∼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주춤하던 적자액은 2000년대 들어 다시 100억달러대를 회복했고 2010년에는 361억2000만달러까지 올랐다.
2011년 이후로 다소 줄기는 했지만, 200억달러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일본 무역적자액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대상 국가별 무역수지 적자액을 비교한 결과 일본이 240억8000만달러로 가장 컸고, 사우디아라비아(223억8000만달러), 카타르(157억7000만달러), 쿠웨이트(115억4000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사우디·카타르·쿠웨이트 모두 한국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원유 수출국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대일 적자가 압도적 수준으로 높은 셈이다.
산유국도 아닌 일본과의 교역에서 이처럼 유독 적자가 발생하는 데는 기술력 격차가 큰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 그간 소재·부품 기술력을 일본에 의존한 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몸집을 키워왔다.
지난해 품목별 무역수지에 따르면 원자로·보일러·기계류 수입으로 85억7000만달러의 적자가 났고, 전기기기·녹음기·재생기에서 43억3000만달러, 광학기기·정밀기기 등에서는 35억7000만달러의 적자가 발생했다.
특히 반도체 디바이스, 전자집적회로 제조 기계, 전자기기 프로세서·컨트롤러 등이 무역적자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대부분 장시간 축적한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부품·소재 제품으로 추정된다.
실제 일본이 이번에 수출규제 품목으로 선정한 반도체 제조 핵심 원재료인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리지스트(감광액)는 일본이 이미 세계 시장의 70~90%를 점유하고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가 흑자를 내는 품목은 광물성 연료(31억9000만달러), 천연진주·귀금속(5억6000만달러), 어류·갑각류(3억7000만달러) 등의 대체 가능한 분야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국이 대일 적자에서 벗어날 방안은 기술력 강화를 통한 부품·소재 국산화와 수입선 다각화로 귀결된다.
이미 당·정·청은 반도체 소재부품 산업에 매년 1조원씩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수출규제 품목 3가지를 비롯해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부품·소재·장비를 국산화하기 위한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력, 기술축적 등의 문제로 일본을 대체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공통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진경제실장은 "그간 한국이 미국과 일본의 자본과 기술에 의존해 경제성장을 해왔는데 지금까지도 여전히 일본의 기술에 의존하던 산업구조의 취약점이 드러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1970∼1980년대 의존도를 줄이고 국산화율을 높여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고 2010년대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는 성과를 일부 냈지만, 소재 분야에서는 여전히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설하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