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中 신수묵화 대가 주청쥔
입력 2019-07-07 13:48 
주청쥔 '서울의 탑'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남산 타워 뒤로 새들이 집으로 향한다.
수묵이 농담을 달리 하면서 서울의 야경을 유려하게 붓질했다. 중국 신수묵화 대가인 노주(老朱) 주청쥔(朱稱俊·73)이 그린 '서울의 탑'은 고전과 현대의 조화다. 대담한 먹의 스밈과 번짐 등 중국 전통 산수화 기법으로 남산을 풀어내고, 푸른색과 갈색 등 채색으로 21세기 도시의 생동감을 살렸다.
그가 서울과 중국 주요 도시 풍경을 담은 수묵채색화 70여점을 선보인다. 한·중 경제문화 교류 일환으로 2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특별전을 펼친다. 이번 전시는 중국 베이징강소기업상회와 산하 서화예술원 주최로 열린다. 베이징강소기업상회는 베이징에 있는 장쑤성 출신 기업들이 설립한 비영리 사회단체로 회원사 1만1000개를 거느리고 있다.
작가는 송나라 유가 사상 대가인 주희 후손이자 현대 신수묵화 창시자다. 시대 분위기에 맞춰 산이나 물, 풍토를 자기 만의 기법으로 재현해낸다. 온화하면서도 친밀한 묘사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 정감을 드러낸다.

전시장에 걸린 신수묵화 '경복궁'은 북악산 봉우리와 경복궁 사이에 여백을 둬서 신비감을 부각시켰다. 단순한 선으로 고궁의 멋을 압축한 작가의 내공이 느껴진다. 먹을 흩뿌리는 듯한 파묵법(破墨法)으로 북악산의 웅장한 산형을 드러냈다.
장쑤성 롄윈강(連雲港)시 저녁 바다 풍경을 담은 작품 '롄윈강 동해 어촌'도 걸렸다. 눈 앞에는 검푸른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고, 절벽이 거친 파도를 맞으며 꿋꿋하게 서 있다. 저 멀리 수평선에는 고깃배들 불빛이 하나둘씩 보인다. 흐릿하면서도 적막하지만 따스한 정감도 느껴진다.
주청쥔 '와이바이 두 다리'
상하이 와이탄의 옛모습을 기억한 그림 '와이바이 두 다리'는 호방하다. 진한 먹의 번짐으로 강철 구조 다리를 강조하고, 푸른 물결로 황푸강을 채색했다. 다리 위와 아래를 분주하게 오가는 자동차와 배가 화면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대나무 숲과 시냇물에서 유유자적하는 '죽림칠현'을 담은 그림은 연연하지 않은 인생을 보여준다. 죽림칠현은 세상의 부귀영화를 구하지 않고 산속에서 은거한 중국 동진 시대 고사(高士·군자)들이다. 검은색으로 쭉쭉 뻗는 대나무 기개를, 흰색으로 구비구비 흐르는 시냇물을 표현해 전체적인 조화를 이뤘다.
장쑤성 전장(鎭江)시에서 출생한 작가는 전장중국화원 교수, 전장시 미술협회 비서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중국 화교문학예술가협회 이사, 중미 예술가연합회 명예회장, 미국 서화예술연구원 명예원장 등을 맡고 있다. (02)580-1300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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