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뇌 안의 범죄 단서…'뇌파 분석' 과학으로 찾는다
입력 2019-07-05 19:32  | 수정 2019-07-05 20:15
【 앵커멘트 】
고유정 사건을 수사할 당시 검찰은 심리 분석 검사를 시도했지만, 고유정이 완강히 거부해 무산됐습니다.
심리 분석은 뇌파 분석 등으로 피의자의 심리 상태를 파악해 범죄 단서를 찾는 기법인데요.
범죄와 연관된 결정적 증거를 찾고, 자백을 받아낸 경우도 있습니다.
뇌파의 변화를 감지하는 과학 수사의 세계를 이혁근, 손기준 기자가 연이어 소개합니다.


【 기자 】
지난 2014년, 전남 여수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26살 아버지 강 모 씨가 두 살배기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바다에 버린 겁니다.

심지어 강 씨의 아내는 "남편이 아들의 시신을 둔기 등으로 훼손했다"고 진술했지만, 강 씨는 혐의를 줄곧 부인했습니다.


검찰은 첨단 과학수사 기법인 '뇌파 분석' 카드를 뽑아들었습니다.

강 씨에게 6개의 둔기 사진을 차례로 보여주자, 유독 한 사진에서 강 씨의 뇌파가 크게 요동쳤습니다.

입으로는 아들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 부인했지만, 머릿속엔 범행 도구였던 둔기가 각인돼 있던 겁니다.

▶ 인터뷰 : 박영준 / 당시 수사 검사
- "피의자가 계속해서 사체손괴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뇌파 분석 결과를 토대로 피의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자백한 강 씨에게 대법원은 지난해 징역 20년형을 확정했습니다.

▶ 스탠딩 : 이혁근 / 기자
- "사건이 미궁에 빠졌을 때 범죄자의 머릿속에서 단서를 찾는 뇌파 분석은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요? 손기준 기자!"

▶ 스탠딩 : 손기준 / 기자
- "네, 제가 건네 받은 건 뇌파 분석에 쓰이는 이른바 '뇌파캡'이라 불리는 장비입니다. 어떤 원리인지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검사에 앞서 대상자는 조사관과 장시간 면담을 진행합니다.

조사관은 대상자가 검사 도중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등의 주의사항과 함께 검사 특성을 설명하고,

머리에 '뇌파캡'을 착용하면 본격적인 검사가 시작됩니다.

검사는 범죄와 관련된 사진을 지속적으로 반복 노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머릿속 범죄 흔적이 사진과 연관됐다면 뇌파가 순간적으로 증폭됩니다.

▶ 인터뷰 : 방 철 /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장
- "자기가 인지하고 있거나 자기에게 아주 의미 있는 자극을 보게 되면 0.3초 후에 아주 독특한 뇌파 파형을 보이게 됩니다."

범행 도구와 장소 등 다양한 범죄 증거를 찾는 데 활용되는 뇌파 분석 등 심리 분석 검사는 매년 약 5천 건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눈과 귀가 있는 한 비밀을 지킬 수 없고, 이는 범죄도 예외가 아님을 검찰은 과학 수사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MBN뉴스 손기준입니다.

영상취재 : 최영구 기자, 김영환 VJ
영상편집 : 이재형·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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