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가신용 폭탄`된 암호화폐…특금법에 관심 집중
입력 2019-07-05 16:20  | 수정 2019-07-09 13:0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핀테크(FinTech)'.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이 생소한 단어가 어느새 우리 생활에 녹아들었다. 특히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대는 더 이상 은행 지점을 찾지 않는다. 비대면으로 예금과 대출 서비스를 척척 이용함은 물론 은행을 넘어 개인 간 거래(P2P) 금융과 같은 기존 금융회사가 외면하던 새로운 서비스 또한 거침없이 파고든다. 기성세대는 모르는 투자 정보를 활용해 가상화폐에 과감하게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낯선 분야인 만큼 시장에 '편견'이 가득하다. 핀테크 서비스 이용자조차 '내가 하는 투자가 과연 안전한 것일까' '기존 금융회사를 이용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불안감에 심하면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핀테크 세상에 '사이다'를 날리기 위해 매경미디어그룹에서 관련 분야를 오래 취재해온 김진솔 기자가 나섰다. 실제 핀테크 업계 현장을 누비는 플레이어들은 새로운 금융을 시도하는 만큼 법률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누구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해왔고,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에 이르렀다. 서비스 이용자 관점에서 핀테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법한 이슈를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법률 상식을 이용해 풀어준다.

[솔기자의 핀테크 로우킥(Law-kick)-12] Q. 중소형 거래소를 이용해 가상화폐 거래를 해오던 한꼼수 씨(가명·38)는 자신이 이용하는 거래소를 포함한 중소형 거래소들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했다. 한국 정부의 규제도 아니고 FATF라는 기구의 가이드라인인데, 왜 내가 당장 이용하는 거래소가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국내에서도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하 '특금법')이 가상화폐 법제화의 신호탄이 된다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해 있다는데, 도통 뭔 얘기인지 모르겠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인 FATF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이달 발표된 가이드라인은 기존 금융권과 같이 가상화폐 거래소들에도 의심거래보고 등 강력한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부과한 점이 핵심이다. 거래소들 또한 강도 높은 AML·KYC(고객 확인)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존폐를 위협받게 됐다.
자연스레 KYC 보유 여부에 따라 거래소들 간에 희비가 엇갈렸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별도의 개인인증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인 계좌로 고객의 가상화폐 입출금 서비스를 하는 등 소위 '벌집 계좌'를 통해 영업을 하고 있는 중소형 거래소들은 영업 인가를 받지 못거나 폐쇄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실명 계좌가 발급되는 거래소들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약 200곳 중 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 등 4곳에 불과하다.
물론 거래소 법인 계좌에 가상화폐를 입금해도 이용자에게는 금전 반환 청구권이 발생해 법적 보호를 받게 된다. 다만 법인 계좌에 이체한 자금은 거래소 운영자금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해도 무방해 중소형 거래소의 횡령·사기 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일고 있었다.
금융당국은 역시 이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었으나 강력한 제재를 마련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금융위원회는 가상화폐 취급 업체에 자금세탁이 의심되는 금융거래의 보고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지도에 불과해 법적 강제성은 없다.
사진=매경DB

정리하면 법망을 피해 소위 '꼼수 영업'을 하고 있던 중소형 거래소들에 갑작스러운 '비상등'이 켜진 이유는 지난달 FATF의 가이드라인 발표와 이달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FATF의 현장실사가 맞물린 데 있다.
FATF 현장실사가 도대체 뭐기에 한 나라의 법을 뒤흔드는 위력을 갖고 있을까? FATF에는 36개 회원국과 유엔·국제통화기금(IMF) 등 27개 국제기구가 참여 중이며 주기적으로 회원국의 규제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평가를 진행한다. 정회원국인 한국도 가이드라인에 따라 국제 기준의 이행 여부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이달 진행되는 현장실사에는 정부 정책의 적절성뿐만 아니라 금융회사를 비롯한 민간 부문 현장조사까지 포함됐다.
물론 FATF 가이드라인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법적 강제성은 사실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평가 결과가 국제신용등급 등에 반영되기 때문에 이를 지키지 않으면 국가 전체 신용도가 떨어져 사실상 강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금융규제가 촘촘한 우리나라는 실사평가에 대해 큰 문제가 없었으나 이번 FATF 가이드라인에 '암호자산'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자연스레 가상화폐 거래소에 FATF 가이드라인 수준의 의무를 부과하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속도가 붙게 됐고,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중소형 거래소들은 꼼짝없이 법망에 갇히게 된다.
최우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FATF 측에서 경고를 받지 않기 위해 금융당국이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는 만큼 결과적으로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거나 하는 극단적인 결과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최 변호사는 "다만 FATF가 권고하는 기존 금융회사 수준의 강력한 KYC 기술력을 갖춘 거래소들은 사실상 전무한 만큼, 당분간 개정 특금법의 수준은 현재 FATF안에서 일부 수정된 형태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진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