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호재 무시하고 악재만 반영되는 제약·바이오株 옥석 가릴 방법은?
입력 2019-07-05 08:05 
[이미지 출처 = iStockphoto]

증시에서 제약·바이오업종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유한양행의 1조원대 기술수출과 같은 호재는 반영되지 않고, 에이치엘비의 임상 실패나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 등의 악재가 터지면 업종 전체가 영향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잇따라 악재가 터지면서 당분간 바이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개별 기업의 국내 업계 전반의 기술력 우려로까지 번지는 건 과도하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에이치엘비의 사례를 거울삼아 신약을 개발 중인 기업에 투자할 때 해당 약물에 대한 임상 계획이 타당한지 따져 리스크를 가늠하는 방법을 배우라는 제약업계의 조언은 주목할 만하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KRX헬스케어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34% 하락한 2985.83으로 마감됐다. 지난달 21일 종가인 3195.31과 비교하면 10거래일만에 6.56%가 빠졌다.

한미약품이 최대 1조원을 받기로 하고 얀센에 기술수출한 비만·당뇨 치료 후보물질 HM12525A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반환받은 악재가 전날 제약·바이오업종 전체를 짓눌렀다. 전날 한미약품의 주가는 지난 3일 대비 11만3000원(27.26%) 하락한 30만1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미약품 뿐 아니라 신약 개발 기대를 받고 있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우르르 무너졌다. 에이치엘비(5.01%↓), 신라젠(4.70%↓), 유한양행(3.39%↓) 등이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에이치엘비와 신라젠 외에도 코스닥에서는 시가총액 상위에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1.22%↓), 헬릭스미스(1.24%↓), 메디톡스(3.16%↓), 셀트리온제약(2.29%↓) 등이 낙폭을 키워 코스닥지수가 69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신약 개발이 매우 어렵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점이지만 대형 제약사가 1조원에 기술을 이전했던 물질의 실패라 아쉬움이 크다"며 "특히 최근 바이오 기업들의 임상 3상 결과에 대해 우려가 높아진 시기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투자자의 부담은 더욱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유한양행이 올해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다양한 신약개발업체들이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국내 업체 전반에 대한 기술력 우려는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유한양행의 주주들이 억울할 법하다. 유한양행은 지난 1일 다국적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에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 신약 개발 프로젝트의 일부 개발·상업화 권리를 넘기고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8억7000만달러(약 1조원)를 받기로 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기술수출 소식을 전한 당일엔 주가가 직전거래일(6월 28일) 대비 2.86% 오르는 데 그쳤다. 이후 내리막을 탄 유한양행의 주가는 한미약품의 악재의 영향을 받은 전날 24만2500원으로 마감돼 기술수출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8일의 24만4500원보다 아래로 내려갔다.
유한양행의 주가가 1조원대 기술수출 호재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한미약품의 기술반환 악재에는 반응한 배경에는 에이치엘비의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 결과가 목표치에 미달한 악재가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27일부터 에이치엘비는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고, 이 기간 신약 개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에이치엘비의 임상 실패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이미 있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리보세라닙이 이미 중국에서 위암치료제 판매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위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 집중해 허가를 받은 뒤 판매 수익으로 적응증(약물을 처방할 수 있는 진단)을 확대하는 전략이 타당했다"며 "그러나 에이치엘비는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에이치엘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를 겨냥한 개발 전략에 대해 효율성 측면에서 실수가 아니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서구권에서 위암은 희귀질환에 가까울 정도로 드문 암종이며 환자의 예후도 동아시아에서 더 좋다"고 말했다. 위암만 놓고 봤을 때 미국의 임상 현장은 성공 가능성이 낮은 데다 위암 치료제의 수요도 적을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 서울성모병원과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병원이 지난 1989~2010년 각 병원에서 위암수술을 받은 환자 데이터를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년 생존율이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는 81.6%로,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수술받은 환자는 55.9%로,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수술받은 백인은 39.2%로 각각 집계됐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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