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판 '안네의 일기' 김해 '김승태만세운동가' 원본 찾았다
입력 2019-06-30 14:07  | 수정 2019-07-07 15:05

1919년 김해 장유지역 만세운동 과정과 주동자의 투옥·재판과정 등을 어머니가 내방가사 형식으로 기록한 희귀자료 '김승태만세운동가'(혹은 자식소회가) 원본을 찾았습니다.

2005년 후손 가운데 일부가 이 자료를 김해시에 기증한 지 14년, 자료 '행방불명'이 공식적으로 제기된 지 14개월여만입니다.

김해시는 2005년 제86주년 3·1절 기념행사장에서 조모 씨로부터 기증받은 김승태만세운동가 원본을 최근 시청 본관 지하 문서고 캐비닛에서 찾았다고 오늘(30일) 밝혔습니다.

책으로 된 자료를 대상으로 찾다가 후손의 권고를 받아들여 봉투에 담긴 자료를 찾던 중 발견했다고 시는 설명했습니다.


이 자료는 김해 장유지역 만세운동과 주동자 김승태 선생의 투옥·재판·석방 과정 등을 선생의 어머니 조순남 여사가 당시 유행하던 내방가사 형식을 빌어 37쪽 분량으로 상세히 기록한 것으로, 독립운동 사료로나 문학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한국판 '안네의 일기'로도 불린 이 자료는 지난해 3·1운동 99주년 행사 관련 논의중 연구자와 후손이 원본 존재 여부를 시청에 확인한 결과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광희 시의원이 당시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이 사실을 처음 거론한 이후 시 기록물 관리부서에서 시청 문서고는 물론 김해문화원 수장고, 김해민속박물관, 김해향교 등 자료가 있을만한 곳은 다 뒤졌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가 이처럼 귀중한 자료를 기증받으면서 자료 인수나 관련 대장 등재 흔적은 물론 번호를 매겨 분류한 것 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나 시청 행정이 허술해도 너무 허술하고 무책임하다는 지적과 비난을 받았습니다.

시는 특히 2005년 3·1절 기념식장에서 당시 부시장이 자료를 기증받은 사진을 확보하고도 기증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하지 않는 어정쩡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료가 있을 법한 곳을 다 뒤져도 찾는데 실패하자 일각에선 자료의 가치를 잘 아는 사람이 빼돌렸을 것이란 추측까지 제기했습니다.

김해시는 이 같은 소문까지 확산되자 지난 5월말 경찰에 수사를 의뢰, 단순 분실인지 도난인지를 가려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시가 기증받은 것 자체도 명확하지 않은 등 수사 의뢰 내용이 부실하고 범죄 혐의점이 없다"며 "분실이 아닌 도난 관련 범죄혐의가 있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에 착수할 근거가 빈약하다"고 적극적 의지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시가 기증 사실 자체를 공식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 의뢰가 불발되자 김 선생의 손자 김융일(77) 씨가 다시 기증을 명확히 하면서 수사 의뢰와 청와대 국민청원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김해시는 결국 자료 행방불명 사실을 처음 보도한 연합뉴스가 2005년 당시 자료 기증 장면 사진 등 정보공개청구를 한 데 대해 답변하면서 자료를 기증받았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처음 인정했습니다.

시가 답변한 자료 '내방가사 소재 파악을 위한 추진상황'에는 2005년 3·1절 행사를 소개하면서 자식소회가 내방가사 원본을 '기증품'으로 명시하고 기증자도 '직계 상속자의 외가친척'이라고 적었습니다.

지난달 13일 후손이 '시장에 바란다'에 제기한 민원 답변에서도 시는 '2018년 4월 최초 문제 제기 이후부터 기록물의 기증여부와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가 공개한 사진에는 후손이 부시장과 악수를 하며 표지가 없어 내용이 그대로 드러난 자료를 주고 받는 장면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100년 전 만세운동 관련 소중한 자료 원본은 찾았지만 김해시는 기증이후 인수와 보관 등 관리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후손 김융일 씨는 "곡절이 있었지만 원본을 되찾게 돼 너무 기쁘다"면서 "향후 자료 보관방법이나 장소 등에 대해서는 김해시 방침을 들어본 뒤 상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만세운동가와 조순남 모자의 독립운동을 연구해온 이홍숙 창원대 외래교수는 "독립운동 과정을 내방가사 형태로 남긴 유일한 자료를 되찾게 돼 다행"이라며 "만세운동을 한 아들은 물론 이를 기록한 어머니도 독립운동가로 평가해야 하며, 내방가사 내용 자체가 한국의 '안네의 일기'라 할 만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교수는 지난 2월 김해 3·1운동 100주년 학술회에서 '장유의 만세운동과 조순남의 김승태 만세운동가 관계 고찰'이란 제목으로 발표를 준비하며 자료 행방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바 있습니다.

이광희 시의원은 "이 기록물을 근대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검토하고, 향후 더 활발하게 관련 연구를 진행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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