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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희열2` 마지막 빛낸 이정은, 이유 있는 대세 배우[툭-tv]
입력 2019-06-30 07:01 
`대화의 희열2` 이정은.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대화의 희열2의 마지막은 이유 있는 대세 배우 이정은이 장식했다.
29일 KBS2 ‘대화의 희열 시즌2가 막을 내렸다. ‘대화의 희열은 시대를 움직이는 한 사람의 명사와 사석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콘셉트의 토크쇼. 가수 유희열, 소설가 김중혁, 독일 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기자 신지혜가 게스트들과 함께했다.
‘대화의 희열2 마지막 주인공은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출연해 신스틸러로 활약한 29년 차 배우 이정은이었다. 그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함안댁, ‘눈이 부시게 혜자 엄마, 영화 ‘변호인 ‘택시운전사 ‘옥자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했다. 특히 올해 ‘눈이 부시게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조연상을,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도 밟으며 ‘대세 배우로 떠올랐다.
이정은은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영화도 개봉되고 마트에서 많이 알아본다. 못 알아보는 분들이 계시면 일부러 천천히 걷기도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이정은은 꿈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드러냈다.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 친구들 앞에서 희곡을 읽었다는 그는 친구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가 ‘꿈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결정적인 순간은 1987년 이정은이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그는 민주화 항쟁이 일어나고 이한열 열사가 돌아가셨다. 학교에서 공부하다 그 소식을 들었다. 부반장 친구의 오빠들이 고대에 다녔다. 조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검은 리본을 달았는데 고등학생의 단체 행동이 돼 반성문을 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반장 친구도 안 좋은 일로 학교를 그만뒀다. 청춘이 희생됐는데 왜 그 뜻을 이어받을 수 없을까 했다.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됐다”며 연기자가 되기로 결심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이정은은 왜 정치인이나 법조인이 아니었느냐는 물음에 공부를 더 해야 하지 않느냐”고 답했다. 이어 닭장 같은 생활이 갑갑해 보였고 친구들 앞에서 재롱부린 게 재미있었다는 게 생각났다. 입시 한 달 전에 연극영화과를 가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교사가 되길 바라셨다”고 말했다.
실기비율이 적은 한양대학교에 들어간 그는 처음엔 연출을 전공했다. 어머니의 뜻도 있었다. 하지만 연기 수업이 제일 행복했다고. 이정은은 너무 즐거웠는지 안 들어가고 계속 이야기했다. 지도 교수님이 연기해야지 왜 만담을 하냐며 많이 혼났다”고 밝혔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한양레퍼토리 극단에 들어가 소품을 맡았다. 그는 제가 손재주가 좋다. 세계적인 소품 제작자라는 말을 들었다”며 돌아가신 박광정 선배님이 조연출을 맡겼다. 세 작품을 하면 무대에 세워달라고 제안했다. 인신매매범 역할로 데뷔했다”고 공개했다.
그렇게 배우가 됐다. 하지만 생활은 쉽지 않았다. 이정은은 일정한 수입이 아니라 1년에 20만 원을 벌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연기도 가르쳐보고 마트에서도 일해보고 간장도 팔아보고 녹즙도 팔았다”고 말했다.
45세에 방송에 데뷔한 이정은은 40세까지 마트에서 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시간이 배우 이정은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이정은은 배우들은 하나도 버릴 시간이 없다. 노동이 필요한 역할이 있다. 누구보다 몸을 써봤으니 안다.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많이 알게 됐다. 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무리 어릴 때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해도 얼굴이 주는 느낌을 무시할 순 없다. 배우로서 얼굴이 만들어지는데 필요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라고 고백했다.
과거 힘들었던 시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2000년도에 후배들과 작품을 하게 됐다. 연출가를 초빙했는데 예산이 적어 다 도망갔다. 내가 직접 연출을 하게 됐다. 관객이 없어 공연을 못 하는 날이 많았다. 신하균 지진희 우현이 제작비를 많이 도와줬다. 신기한 건 되게 복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화 한 통화에 잘 만들어보라고 한 5천만 원 정도를 빌려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돈의 크기를 몰라서 열심히 하면 갚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기생충처럼 계획대로 되는 게 없더라. 방송하면서 13년 만에 갚았다. 평생 두고두고 갚아 나가겠다고 하고 원금만 돌려드렸다. 이자는 저녁으로 했다. 우현이 빌려준 사람 중에 내가 유일하게 갚았다고 말해줬다”고 덧붙였다.
그의 별명은 한동안 ‘전대녀였다. 자신이 돈을 빌린 사람들의 이름을 수첩에 적고 전대에 넣어 다녔다며 객사라고 하면 부모님이라도 잊지 않고 알아줬으면 하고 한참을 차고 다녔다. 희한하게 그 목표를 위해 버틴 것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정은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호흡을 맞춘 고(故) 김영애, ‘변호인 ‘기생충 등에서 함께 연기한 송강호, ‘눈이 부시게의 김혜자와 얽힌 에피소드도 밝혔다. ‘옥자의 슈퍼돼지 목소리 연기를 위해 동물 소리를 약 6개월 동안 수집하기도 했다고.
또한 이정은은 ‘기생충의 시나리오를 읽고 난 후 느꼈던 감정,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 극 중 부부로 호흡을 맞춘 박명훈에 대해서 언급했다.
무엇보다 그는 무명배우들, 후배 배우들에게 따뜻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정은은 무엇이 되는 것보다 연기하는 순간이 좋다면 너의 재능을 믿으라고 하고 싶다. 계속하다 보면 기회가 생긴다고 해주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정은은 ‘눈이 부시게에서 나온 대사를 읊었다. 그는 배우들에게만 아니라 모든 분에게 해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잘난 거랑 잘사는 거랑 다른 게 뭔지 알아? 잘난 것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나 여기 살아있다. 나보고 다른 못난 놈들 힘내라. 이게 진짜 잘 사는 거야. 잘난 건 타고나면 되지만 잘 사는 거 너 하기 나름”이라고 말해 감동을 전했다.
요리 연구가 백종원의 이야기로 시작한 ‘대화의 희열2는 범죄 심리학 교수 이수정, 가수 배철수, 일본 출신 한국인 정치학자 호사카 유지, 안무가 리아킴, 베스트셀러 작가 유시민, 소프라노 조수미, 축구 감독 박항서, 모델 한혜진, 소설가 김영하,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서장훈 등과 이야기를 나눴다. 시즌2 마지막 주인공 이정은까지, 한 사람의 주인공과 진솔하고 깊은 ‘대화에 집중하며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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