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기예금 이자로 장학금 감당 못해"
입력 2019-06-28 17:48 
◆ 저금리시대 재테크 新풍속도 ◆
올해 초 A사학재단 이사장이 조용히 B투자증권을 찾았다. 200억원가량의 기부금을 재원으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는 A사학재단은 최근 3~4년간 장학금 수혜 인원을 매년 10% 정도 줄이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과 국공채 투자만으로는 수익이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학재단은 학기별로 장학금이 지급돼야 하기 때문에 장기상품 가입이 어렵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찾았다가 손실이 나거나 목돈이 묶이거나 하면 더욱 큰일이다. 이 때문에 최근의 저금리 상황에서 재단 사람들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B투자증권 관계자는 "안전성만 추구하는 사학재단이 수익성이 우선인 증권회사를 찾았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A사학재단에 단기로 운용하면서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식연계증권(ELS)과 연 6~7%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부동산 리츠펀드 등을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장기화는 이렇게 사학재단이나 각종 공제회 등에도 어려움을 주고 있다. 연 2%도 안 되는 정기예금 금리로는 도저히 기금 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부 공제회가 국내 ELS 투자를 시작한 것도 시중금리보다 조금이라도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한 몸부림이다. 2015년 홍콩H지수 사태 이후 신뢰를 잃으며 한때 55조원까지 급감했던 ELS 발행 잔액이 최근 70조원을 넘어선 것은 저금리가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최미애 우리은행 WM추진부장은 "공제회나 연기금은 전문적인 투자 조직을 두고 있지만 그동안 정기예금 등에만 의존해왔던 사학재단은 최근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분위기"라며 "정기예금 플러스 알파의 수익을 얻는 것이 이들의 지상 최대 과제"라고 설명했다.
공제회 등은 최근 적극적으로 대체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해외 인프라스트럭처와 부동산 등에 직접 투자하며 장기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16년 이후부터 부동산펀드와 직접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며 "급증한 부동산펀드의 만기가 집중되는 시점에 공제회 등이 철저한 위험 관리를 해야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승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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