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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라는 블랙홀, 그 매혹의 시간들(BIFAN 특별전) [MK현장]
입력 2019-06-28 14:54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배우 김혜수라는 블랙홀, 그 매혹의 시간을 담은 특별전이 부천영화제에서 열린다.
2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고려호텔에서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이하 BIFAN) 배우 김혜수 특별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신철 집행위원장과 배우 김혜수가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혜수는 영화 ‘깜보로 스크린에 데뷔, 그해 신인상을 받으며 충무로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이후 이명세 감독의 영화 ‘첫사랑(1993)부터 최근 ‘국가부도의 날(2018)에 이르기까지 매번 변신을 거듭하며 한국영화계의 최전선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신철 집행위원장은 김혜수에 대해 그동안 김혜수와 작업한 적이 없어 아쉽다. 김혜수를 생각해보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보통 연기자들에게는 블랙홀이 있다. 대중의 마음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있다. 하나 정도 잘 존재하면 큰 배우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혜수는 블랙홀이 2개인 배우다. 하나는 마성이고, 하나는 순수다. 어떨 때는 마성의 블랙홀이 커지고 어떨 때는 순수의 블랙홀이 커진다. 끊임없이 변신한다. 일반적으로 지루해지기 쉬운 것이 연기자기도 한다. 김혜수는 2개의 블랙홀이 스파크를 일으켜서 긴장이 된다. 그걸 표현하면 매혹”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수는 매혹이라는 말 자체가 매혹적이다. 영화를 하는 입장에서는 영화라는 매체, 배우라는 직업이 매혹과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특별전 제안하면서 김혜수 매혹이라는 단어를 이야기 해줬을 때 좋았다. 매혹에 적합해서가 아니라 배우로서 그 많은 수식 중에 가장 적합하고 가장 누군가를 통해 들어보고 싶은 단어였기 때문”이라며 이 특별전이 정말 저에게 의미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매혹이라는 단어이기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혜수는 지금까지 영화를 통해 경험한 시간이 매혹이었다. 앞으로 더 나이를 먹고 배우로서 성숙해져야겠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매혹에 대한 열망과 잃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김헤수는 30년 넘게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것에 대한 소감도 밝혔다. 그는 어린 나이에 문화적 소양도 없고 철없게 시작했던 일이다. 배우라는 자극을 받기 시작한 것이 20대를 넘어서부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라는 것이 제 삶에 인생에 있어 어떤 방향성을 둘지 가늠을 전혀 하지 못했다. 당연하게 일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어찌 보면 매번 반복되게 느끼는 제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 미흡함을 확인해야 하는 과정을 어떤 식으로 극복하고 배우로서 느끼는 카타르시스에 도달하고 싶은 욕망이 날 이끌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혜수는 어떤 지점에 있어서 배우라는 저의 직업이 제 삶의 많은 부분에 들어와 있다. 어릴 때 우연히 시작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 운명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혜수는 배우로서 느끼는 행복함은 단순히 기쁨만으로 표현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기쁨이 정말 단순한 기쁨이 아니라 작고 크고 그런 것을 연기를 통해서, 연기와 무관한 상황에서 혹은 작업하면서 만나는 인간들을 통해서 저 역시 느껴가면서 이 자리까지 왔다. 그런 행복감이 없었다면 사실은 지금까지 혹은 앞으로도 이 일을 해내기엔 재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타짜(2006), ‘이층의 악당(2010), ‘차이나타운(2015), ‘국가부도의 날(2019) 등 배우 김혜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캐릭터가 돋보이는 10편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김혜수는 작품 선정에 대해 지나온 작품, 나와 함께한 영화와 시간을 복기하는데 영화적으로 잘 완성된 작품 뿐만 아니라 다소 미흡하고 꺼내보기 부끄러웠더라고 그 영화를 스크린에 마주하기 두려워도 그 작품마저도 정직한 과거였고 시간이었다. 그 모든 시간의 총체가 나다. 어찌보면 배우로서 부끄럽고 아쉬움이 많았던 저에게 스스로를 정직하게 대면할 수 있는 계기, 여러분에게도 배우로서 조금 더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되돌아봤다.
김혜수는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손재곤 감독의 ‘이층의 악당을 꼽았다. 그는 작품의 성패와 상관없이 나름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많은 분이 보신 영화를 배제하고 선택해보자면 ‘이층의 악당'이라는 작품이 있다. 촬영을 준비하면서 촬영하는 과정이, 영화와 함께 컴팩트 했다. 코미디 장르를 겁내는데, 코미디의 장르에 대한 편견이 많이 지워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한석규 선배와 재회할 수 있어서 너무 감동이었다. 손재곤 감독님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 또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순수함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김혜수는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은 제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신철 집행위원장이 그런 언급을 해줬다. 저는 살면서 인간으로도 배우로도 제가 훌륭한 선배님들을 대하면서 느껴왔다. 제 스스로도 중요하다고 느끼는 건 내가 살아오는 인생을 깊이 있게 느끼고 체험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늘 의식을 붙잡고 있다. 이름을 함부로 거론하기 어려운 대선배님들을 가까이하면서 느낄 수 있는 건 내가 도달하지 못한, 지금의 저로서는 가질 수 없는 통찰과 직관, 깊이를 느낌과 동시에 이해 불가한 순도가 느껴진다. 어찌보면 제 안에 내재되어 있는 욕망 중에 순수함을 잊지 말고 지키고 유지해야겠다는 것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이한 특별한 해다. 김혜수는 한국 영화 100년이다. 짧지 않지만 우리 역사는 요동쳤다. 영화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실제 제가 경험한 30년 남짓한 시간 속에서 영화는 큰 폭으로 진보해왔다. 사실 어릴 때는 구체적인 욕망이 있었다. 왜 나에게 이런 배역이 오지 않을까, 나는 이 정도인가, 이런 영화를 기획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지금은 어떤 면에서 욕망하기 전에,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는 구성원을 만나야 하고 찾아내야 한다. 어떤 욕망에 대한 것이 구체화 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영화가 다양하게 변화해왔고 어떤 시기에 어떤 장르에 있어서 비약적인 성과가 있던 시기가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대형 상영관, 기업화된 영화 구조가 스케일이 큰 영화가 관객들이 많이 접했다. 어찌보면 그런 반대급부에 있는 작은 영화, 독립영화와 소수의 취향을 존중하는 영화들을 놓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영화의 수가 줄어들었다는 숫자적인 문제가 아니라 환경에 있어서 영화 관계자와 언론인이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나 싶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김혜수는 전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자랑하는 영화가 많다. 우주를 경험하게 해주는 영화도 있고 상상속에만 있던 것을 경험하게 해주는 영화도 있다. 기술이 성장하고 있지만, ‘매드맥스처럼 엄청난 눈부신 기술들의 발전 속에서 오히려 새로운 아이디어, 가보지 않은 미래의 환경이나 인물을 제시하지만 그런 고도의 기술을 뽐내지 않은 영화 고유의 기법에 집중하는 걸 기대해보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한다. ‘매드맥스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혹, 김혜수(Gorgeous, Charming, Dangerous, KIM Hye Soo)는 한국영상자료원과 공동주최로 7월 7일까지 11일간 개최되는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나 볼 수 있다.

skyb184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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