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반전매력` 신형 K7 타보니, 그랜저가 걱정되네
입력 2019-06-28 11:00  | 수정 2019-06-28 13:48
[사진제공=기아차]

기아자동차 K7이 이빨을 드러낸 호랑이로 돌아왔다. 국산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아픔을 준 현대차 그랜저를 물기 위해서다.
기아차가 이달부터 판매에 들어간 신형 K7(K7 프리미어)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다. 지난 2016년 1월 출시된 2세대 K7의 디자인을 바꾸고 국내 최초 타이틀이 붙은 사양과 기술을 대거 채택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지만 풀체인지(완전변경)급으로 진화했다. 그랜저를 잡기 위해서다.
그랜저는 지난해 11월부터 4월까지 6개월 연속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하며 인기를 이어갔다. 5월에는 현대차 신형 쏘나타에 밀려 2위로 밀려났지만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지키고 있다.
그랜저와 배다른 형제이자 경쟁자인 기아차 K7는 그랜저 위세에 눌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 1~5월 판매대수는 K7이 1만2652대, 그랜저가 4만6790대다.

신형 K7 외관은 '담대하고 과감한 조형으로 완성된 고급스럽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콘셉트로 기존 모델의 특징을 더욱 강조하고 선과 면의 과감한 조합을 통해 당당하고 품격 있는 디자인을 추구했다
기아차의 상징인 전면부 호랑이코 음각 그릴은 면적을 넓혔다. 수직형의 버티컬 타입 패턴을 두꺼운 크롬으로 감싸 이빨을 연상시킨다. 이탈리아 하이퍼포먼스 럭셔리 브랜드인 마세라티의 음각 그릴을 닮았다.
그릴과 한 몸이 된 헤드램프 디자인은 누워있는 사다리꼴에서 날렵한 직사각형으로 변했다. 또 3구 LED 대신 4구 LED를 적용했다.
헤드램프 측면과 밑을 제트(Z)자로 감싼 주간주행등(DRL)도 헤드램프 밑과 그릴 측면을 살짝 둘러싼 형태로 바뀌었다.
범퍼 하단 양 옆에 위치했던 큐브 형태의 4구 LED 안개등은 화살촉 형태 방향지시등으로 변경됐다. 또 차체가 더 넓고 안정감 있게 보이도록 범퍼에 밑이 평평한 유(U)자 형태 크롬 라인을 적용했다. 전반적으로 전면부 디자인은 기존 모델보다 카리스마가 넘친다.
후면부 디자인도 완전히 달라졌다. 리어램프는 평행사변형이 크롬 가로 바(BAR) 밑에 자리잡은 형태에서 현대차 그랜저와 기아차 스포티지처럼 좌우 리어램프를 램프 기능을 갖춘 가로 바로 연결시켰다. 리어램프 상단에 있던 바도 하단으로 이동했다.
리어램프에 제트 라인으로 들어갔던 LED 미등 램프도 가로 바에 점선 형태로 들어갔다.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멀리서 보면 '그라데이션' 효과가 나타난다.
리어 범퍼도 기존 모델보다 위아래 폭이 좁아졌다. 번호판을 둘러 싼 사다리꼴 라인은 기존 모델보다 좌우 간격은 길게, 위아래 간격은 좁게 디자인했다.
듀얼 머플러는 독립된 역사다리꼴에서 평행사변형의 머플러를 크롬 가로 바가 연결해주는 형태로 변경했다. 리어램프 디자인과 비슷한 모습이다. 후면 디자인은 기존 모델보다 한층 정제되고 안정감 있게 개선됐다. 전장x전폭x전고는 4995x1870x1470mm,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855mm다.
[사진제공=기아차]
실내 디자인은 얼핏 보면 12.3인치 계기판과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것 외에는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운전석 도어~클러스터~센터페시아~조수석의 수평 레이아웃을 좀 더 깔끔하고 와이드하게 다듬었다.
원목 질감을 구현한 우드 그레인 소재와 크롬 메탈 소재로 고급스런 이미지를 강조했다. 와이드한 모니터에 어울리게 송풍구도 날렵하게 다듬었다.
뒷좌석 공간은 넓다. 뒷좌석 탑승자가 조수석 시트를 접고 밀 수 있는 조작버튼을 측면에 적용했다. 쇼퍼드리븐(운전사가 따로 있고 오너는 뒷좌석에 앉는 차)으로 충분히 쓸 수 있다. 뒷좌석 천정은 양쪽 끝이 오목하고 중간이 볼록한 형태다. 머리 위 헤드룸 공간을 좀 더 여유롭게 만들기 위해서다.
시승차는 3.0 GDi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266마력, 최대토크는 31.4㎏·m, 연비(19인치 기준)는 9.8km/ℓ다.
저·중속 구간에서는 컴포트, 에코, 스포츠, 스마트로 구성된 드라이브 모드 중에서 컴포트를 선택했다.
스티어링휠은 적당히 묵직했다. 저·중속 구간에서는 부드럽고 안락하게 달렸다. 소음과 진동도 잘 억제해 정숙했다. 스포츠 모드로 바꾼 뒤 가속페달을 밟으면 스티어링휠에 무게감이 실리면서 중저음의 엔진사운드가 울려 퍼지고 시원하게 달린다.
차체가 떨리지 않고 안정적인 데다 땅에 밀착한 느낌을 줬다. 스마트 모드로 바꾸면 차가 알아서 운전자의 주행습관이나 도로 상황에 맞게 주행모드를 바꿔줬다.
같은 엔진을 장착한 그랜저보다 좀 더 스포티한 주행감각을 지녔다. 그랜저가 장착한 C타입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MDPS(Motor Driven Power Steering)보다 정교하고 작동하고 조작감도 우수한 고급형 R타입 MDPS를 채택한 효과다.
조향 정밀성이 우수해 코너링 성능도 깔끔해졌다. 차체가 튕겨 나가지 않도록 안정감 있게 잡아주고 몸이 쏠리지 않는다. 과속방지턱 구간도 깔끔하게 넘어간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고속도로 유지 보조 등으로 구성된 반(半) 자율주행 기능은 '완전 자율주행'에 더 가까워졌다. 그랜저보다도 더 우수해졌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하면 운전자의 손길을 뿌리친 채 차선 중앙을 잘 유지하면서 앞차를 알아서 따라간다. 터널이나 곡선 등지에서는 당황한 나머지 운전자에게 핸들을 잡으라며 경고등과 경고음을 남발(?)하고 움직임도 불안감을 주는 반 자율주행 차들이 많지만 신형 K7은 그러지 않았다.
스티어링휠을 잡지 않은 채 5분 넘게 달렸지만 운전자에게 떠넘기기 않고 알아서 차 스스로 속도와 거리를 제어하며 움직였다. 다른 차가 끼어들어도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달렸다. 사람에 더 가까워진 셈이다.
[사진제공=기아차]
신형 K7은 그랜저에 없는 첨단 기술도 가치를 더 높였다. 한 단계 진보한 인포테인먼트 기술 '카투홈(Car to Home)'과 '자연의 소리' 기능이 대표적이다.
카투홈은 자동차 안에서 조명, 플러그, 에어컨, 보일러, 가스차단기 등 홈 IoT(사물인터넷)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운전 중에는 간단한 음성명령만으로도 카투홈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자연의 소리는 운전자가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운전할 수 있게 돕는다. 신형 K7에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AVNT 모니터를 통해 생기 넘치는 숲, 잔잔한 파도, 비 오는 하루, 노천카페, 따뜻한 벽난로, 눈 덮인 길가 등 총 6개의 테마의 음원을 즐길 수 있다.
아밖에도 내비게이션 자동 무선 업데이트, 카카오 자연어 음성인식, 전후방 카메라로 영상을 녹화해 AVNT 화면과 스마트폰으로 상시 확인할 수 있는 빌트인 캠 등 최첨단 인포테인먼트 기술도 적용했다.
신형 K7은 겉 다르고 속 다른 '반전매력'을 소유했다. 공격적이면서 위압감을 주는 외모와 달리 속은 사람을 배려하는 디자인과 기술로 채워줬다.
출발 성적도 우수하다. 사전계약을 시작한 지난 12일부터 영업일 기준 10일 간 총 1만대가 계약됐다. 첫날에만 사전계약이 2500대 몰렸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지만 기존 1·2세대 풀체인지 모델보다 더 나은 사전계약 실적이다. 1세대는 2009년 8000여대(16영업일), 2세대는 2016년 7500여대(10영업일)가 사전계약됐다.
판매가격(개별소베세 3.5% 기준)은 ▲2.5 가솔린 프레스티지 3102만원, 노블레스 3367만원 ▲3.0 가솔린 노블레스 3593만원, 시그니처 3799만원 ▲2.4 하이브리드 프레스티지 3622만원, 노블레스 3799만원, 시그니처 4015만원 ▲2.2 디젤 프레스티지 3583만원, 노블레스 3760만원 ▲3.0 LPi(일반) 모델 프레스티지 3094만원, 노블레스 3586만원, 3.0 LPi(면세) 모델 2595만~3430만원이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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