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쿠바 유명 글로벌 호텔 줄줄이 피소…60년만에 쿠바 몰수자산 소송
입력 2019-06-27 17:41  | 수정 2019-06-27 18:35
스페인계 바르셀로 호텔체인에 속한 쿠바 마탄사스 주 바라데로 소재 `옥시덴탈 아레나스 블란카스(Occidental Arenas Blancas)`호텔 /출처=barcelo.com

미국에서 60년만에 '쿠바 몰수자산 손해배상 청구' 소송전이 벌어졌다.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시 소재 리베로 메스트레(Rivero Mestre) 로펌이 24일(현지시간) 쿠바에 있는 네 곳의 글로벌 유명 호텔 체인을 상대로 마이애미 연방지방법원에 '헬름스버튼법 3조'에 근거한 집단소송을 청구했다고 스페인 EFE통신 등이 25일 보도했다.
소송을 당한 호텔은 쿠바에 진출해있는 스페인계 바르셀로(Barcelo)와 이베로스타(Iberostar), 캐나다계 블루 다이아몬드(Blue Diamond), 프랑스계 아코르(Accor) 호텔이다. 이번 소송은 '헬름스버튼법(Helms-Burton law·쿠바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한 법, 1996년)' 제3조에 근거해 제기됐다. 올해 4월, 미국 국무부는 5월 2일부터 3조가 실제로 효력을 가질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1996년 발효한 이 헬름스버튼법은 미국이 쿠바 경제를 제재하기 위한 근거법 중 하나다. 헬름스버튼법 3조에 따르면 쿠바 공산혁명(1953년 7월~ 1959년 1월) 당시 공산 정권에 5만 달러 이상 규모 자산을 압류당했던 미국 시민이나 미국 기업이, 현재 쿠바에 투자하거나 영리사업을 하는 외국 기업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쿠바와 거래하는 외국 기업 경영진·주주의 가족들에 대해 미국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다만 쿠바 소재 네 곳 글로벌 유명 호텔체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에서 소송 대리를 맡은 리베로 메스트레 로펌은 '누가·어떤 자산을 쿠바 공산당에게 몰수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마이애미에 사는 쿠바계 망명 미국인 가족인 마타(Mata)가문이 온라인 호텔 예약사이트 트리바고(Trivago)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 소송을 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0일 보도했다. 트리바고는 미국계 기업으로 익스피디아(Expedia) 자회사인데, 쿠바 시엔푸에고스 소재 산 카를로스 호텔(Hotel San Carlos)로 부터 예약 수수료 등을 받아 이익을 올렸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4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올해 5월 2일부로 헬름스버튼법 3조가 실제로 효력을 가질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출처=게티이미지·AFP
특히 24일 제기된 호텔 소송은 미국과 유럽연합(EU)간 외교 마찰을 부를 수 있다. 앞선 미국 기업 트리바고에 대한 소송과 달리 스페인·프랑스·캐나다 등 제3국 기업이 소송을 당했기 때문이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헬름스버튼법3조에 대해 "미국은 국제법상 외국 주권을 침해하는 후회할 조치를 냈다"면서 "우리의 정당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FP =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헬름스버튼법3조 발효를 예고한 지난 4월,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와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과 공동 명의로 낸 성명에서 "미국은 국제법상 외국 주권을 침해하는 후회할 조치를 냈다"면서 "우리의 정당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과 캐나다 기업들의 쿠바 시장 진출이 활발하기 때문에 손해가 클 것이라는 데 따른 반발이다.
EU는 '대항입법(blocking statute)'발동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쳐왔다. 대항입법은 지난해 8월 미국이 이란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발동하자 EU가 낸 대응 수단이다. EU 내 회사가 미국 제재를 따를 필요가 없고, 미국 제재 때문에 EU 기업이 손해를 보면 손해 유발 당사자(미국 등)가 이를 보상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헬름스버튼법이 만들어진 1996년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제42대·1993년 1월~2001년 1월)을 비롯해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법 3조에 대해서는 효력을 중지시켜왔다. 미국인이 유럽이나 캐나다, 일본 등 제3국 소속 회사들에 대해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유럽 등이 '주권 침해'를 이유로 강력 반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제45대, 2017년 1월~현재)은 '쿠바는 폭정을 일삼는 비민주적 공산주의 정권'이라면서 헬름스버튼법3조가 5월 2일 부로 실제로 효력을 가지도록 했다. 미국 정부가 축출하려 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쿠바가 돕기 때문에 보복하는 차원에서다. 다만 쿠바는 올해 2월 25일 국민투표를 통해 '자유시장·사유재산권 인정, 최고 지도자격인 국가평의회 의장 임기 제한' 등을 담은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개혁·개방을 추진 중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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