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은행지점 사라질까?
입력 2019-06-26 17:43  | 수정 2019-06-26 19:37
지난 1월 KB국민은행 노사가 협상 결렬로 19년 만에 파업에 나서자 많은 사람은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점만 전국 1000곳이 넘고 은행 직원은 1만8000여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은행에서 절반이 넘는 9500여 명(노조 추산)이 창구를 비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실제로는 기우로 끝났다. 파업 당일 은행 지점에는 직원도 없었지만 찾는 손님은 그보다 더 적었기 때문이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는 평소처럼 가능하다 보니 "파업을 했는지도 몰랐다"는 사람도 적잖았다.
이처럼 은행 점포의 존재감이 점점 희미해지면서 아예 '오프라인 은행이 없는 세상'이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객들은 굳이 은행에 가지 않아도 금융거래를 할 수 있고 은행들도 여기에 맞춰 꾸준히 점포를 줄이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이미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금융권뿐 아니라 전문가들도 "오프라인 은행이 사라지기에는 아직 한참 멀었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국내 은행의 경직된 인력구조가 은행 점포의 급격한 축소를 막고 있다. 한 금융지주사 고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인력에 대한 유연성이 없는데 점포를 줄이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인위적인 인력 축소는 힘든 만큼 (인력이 몰려 있는) 베이비부머가 회사에 남아 있는 10년간은 천천히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 인력 대부분은 전국 영업점에 소속돼 대면영업을 하고 있는데, 수요가 줄었다고 무작정 점포를 없앨 경우 생길 '유휴 인력' 활용이 문제가 된다. 현재 은행이 인력을 내보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매년 만 55~57세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명예퇴직뿐인데, 연봉의 300~400%를 퇴직금으로 주다 보니 비용 부담 탓에 규모를 키우기도 힘들다.
금융당국도 각종 방법으로 은행들의 폐점 시도를 제한하고 있다. 은행 점포가 줄어들면 고령층을 포함한 금융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최근 은행권은 은행이 점포를 폐쇄할 때 취약계층의 피해를 분석하는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내용 등이 담긴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만들었다. 당초 금융감독원이 모범규준 형태로 도입하려던 내용이라 사실상 당국 입김으로 만들어진 규제인 셈이다. 여기에 앞으로 금융당국이 지역별 점포 수를 지역재투자 평가와 시금고은행 선정에도 반영한다는 방침이라 은행으로서는 속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알짜 고객'을 잡기 위해서는 은행의 오프라인 영업점 역할이 오히려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대면 채널을 이용한 금융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대부분은 조회·이체 등 단순 서비스에만 몰려 있다"며 "향후 은행의 성장은 고액자산가 같은 우량 고객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들을 유치하려면 대면영업을 하는 오프라인 거점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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