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 원주민 출신 의원들, '운디드니' 학살 가담 군인 서훈 취소 법안 발의
입력 2019-06-26 11:26  | 수정 2019-06-26 11:29
미국 원주민(인디언) 출신 의원들이 1890년 인디언 주민들을 학살한 미군들에게 주어진 20개의 명예 훈장(Medal of Honor)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데니스 헥(민주, 워싱턴), 뎁 할란드(민주, 뉴멕시코), 폴 쿡(공화, 캘리포니아) 등 3명의 하원의원은 어제(25일) 1890년 벌어진 '운디드니'(Wounded Knee) 학살 사건 가담 미군에게 주어진 20개의 명예 훈장을 취소토록 요구하는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습니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운디드니 전투'로 호칭하고 있는 당시 학살은 1890년 12월 당시 미 제7 기병사단이 사우스다코타주 인디언 보호 구역 내에서 자행한 것으로 300명의 비무장 원주민이 살해당했으며 이 중 200명이 여성과 아동들이었습니다.

학살당한 인디언 라코타 부족 원으로 원주민 유권자그룹 '포 디렉션'을 이끄는 올리버 시멘스는 "이는 인디언 문제가 아니라 미국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들 의원은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시 훈장을 취소하도록 촉구하는 한편, 2020 대선에 출마한 민주당 경선 후보들에게도 당선될 경우 훈장 취소를 다짐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원주민 혈통 논란과 관련,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을 비난하면서 운디드니 학살을 언급한 바 있어 훈장 취소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법안 발의자인 헥 의원은 훈장을 취소하는 것은 정당하게 훈장을 받은 서훈자들의 명예와도 관련된 것이라면서 당시 수적으로, 장비 면에서 압도적인 미군이 기관총으로 원주민에 학살극을 벌였다고 지적했습니다.

명예 훈장은 미군 최고의 무공훈장으로 지난 18년간에 걸친 글로벌 테러와의 전쟁 기간 23명만이 이 훈장을 받았습니다. 당시 압도적 전력으로 불과 수 분간의 인디언 학살에 참여한 20명의 병사가 무더기로 이 훈장을 받은 겁니다.

법안 발의자인 쿡 의원은 "명예 훈장은 국가에 지대한 공헌을 한 군인에 수여되는 최고 훈장"이라면서 "원주민을 학살한 군인들에 이 훈장을 수여하는 것은 훈장을 받은 다른 수상자들을 불명예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당시 원주민들과의 전투는 유권자들에 인기가 있었으며, 재선을 노리던 벤저민 해리슨 대통령은 학살에도 불구하고 20명의 해당 부대 병사들에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학살이 벌어진 운디드니 전투 장소는 내무부에 의해 국립사적지로 지정됐으며, 미 상하원은 학살 100주년을 맞은 1990년 '깊은 유감'을 나타내는 결의를 채택한 바 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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