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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사건으로 쇼트트랙 대표팀 전원 선수촌에서 퇴출
입력 2019-06-25 09:22  | 수정 2019-07-02 10:05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선수 14명이 훈련 중 발생한 성희롱 사건으로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전원 쫓겨납니다.

오늘(25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남자 선수 A 는 17일 선수촌에서 진행된 산악 훈련 중 남자 후배 B 의 바지를 벗겼습니다.

여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던 상황에서 심한 모멸감을 느낀 B 선수는 선배인 A 선수에게 성희롱당했다며 이를 감독에게 알렸고, 감독은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보고했습니다.

A 와 B 는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입니다.


신치용 선수촌장은 쇼트트랙 대표팀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A, B 선수를 포함해 남자 7명, 여자 7명 등 대표 선수 14명을 전원 한 달간 선수촌에서 쫓아내기로 어제(24일) 결정했습니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4월부터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이었습니다. 퇴출당한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훈련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빙상연맹의 진상 조사를 기초로 체육회가 후속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의 국가대표 심석희 성폭행 파문으로 체육계와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쇼트트랙은 또 한 번 한국 엘리트 스포츠에 먹칠했습니다.

체육계 성폭행·폭행 관행을 뿌리 뽑자고 온 나라가 떠들썩한 시국에 온갖 병폐의 온상으로 지목돼 온 쇼트트랙이 또 사고를 치자 아예 이 종목을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도 높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쇼트트랙은 파벌, 짬짜미, 지도자의 선수 폭행도 모자라 성폭행, 성희롱 등으로 갖가지 적폐를 노출해 동계올림픽 효자 종목이라는 위상을 잃고 체육계와 국민의 눈 밖에 난 지 오래됐습니다.

특히 조재범 전 코치의 성폭행 사건은 자정 능력을 상실한 체육계에 더는 사태 해결을 맡길 수 없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준거가 됐습니다.

묵묵히 훈련에만 구슬땀을 흘려온 다른 종목 선수, 지도자들은 얼굴을 들 수도 없는 상황이나 쇼트트랙 선수들만은 사회 분위기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근신하고 몸을 낮춰도 부족한 마당에 쇼트트랙 남자 선수 김건우는 지난 2월 진천선수촌에서 남자 선수들이 출입할 수 없는 여자 숙소를 무단으로 드나들었다가 적발돼 또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김건우의 출입을 도운 여자 선수 김예진도 함께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번 남자 선수끼리의 성희롱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와 달라진 성(性) 민감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심한 장난' 정도로만 여기다가 비난을 자초했다는 게 체육계의 판단입니다.

자신이 몸담은 종목과 조직이 체육계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한 선수들의 철없는 행동이 일을 더 키웠습니다.

한 체육인은 "남자 선수의 여자 숙소 무단출입, 이번 성희롱 사건에서 보듯 쇼트트랙은 통제가 되지 않는 종목"이라고 혀를 찼습니다.

선의의 피해를 막고자 쇼트트랙 종목에 특단의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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