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해외채권 투자 `재간접펀드` 일색인데…
입력 2019-06-24 17:52  | 수정 2019-06-25 19:27
◆ 해외채권 전성시대 ◆
올 들어 글로벌 채권 펀드에 뭉칫돈이 몰리긴 했지만 대부분 해외 운용사 펀드를 그대로 가져온 재간접 펀드라는 아쉬움이 있다. 글로벌 펀드 70개 중 14개가 재간접 펀드로 비율 자체는 높지 않으나 올해 설정액이 많이 몰린 펀드 3위까지가 모두 재간접 펀드였다.
하나UBSPIMCO글로벌인컴혼합자산펀드는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PIMCO)가 운용하는 'GIS인컴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다. 모펀드인 GIS인컴펀드는 올 들어 90조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100명 넘는 펀드매니저와 리서치 인력이 매달려 있는 펀드로 운용 역량 면에서는 검증된 펀드다. 신한BNPPH2O글로벌본드펀드 역시 글로벌 채권 펀드 전문 운용사인 H2O자산운용이 운용하고 있는 'H2O Multi Aggregate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다. H2O Multi Aggregate펀드 전체 설정액인 3조원 중 5000억원이 한국에서 모집됐을 정도로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해외 채권형 펀드로 올해 설정액 3위인 ABLPIMCO글로벌투자등급펀드 역시 핌코의 GIS인컴펀드를 들여왔다.
해외 운용사 펀드를 재간접으로 들여오는 이유는 아직 다양한 해외 채권에 대한 분석과 리서치 역량이 해외에 미치지 못하는 제약 때문이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그동안 국내 국채·회사채 운용에 집중해 왔기 때문에 해외 채권 운용 경험은 아무래도 해외 자산운용사에 못 미친다.
특히 인컴 펀드는 국채뿐만 아니라 하이일드나 모기지 채권과 같이 현지 리서치가 필요한 영역이 있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서는 해외 자산운용사의 노하우를 빌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처럼 재간접 펀드로 계속 자금이 몰리다 보면 해외 채권형은 계속 재간접 펀드 상품만 출시돼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운용 경험을 쌓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연기금들에 한국 자산운용사 역량이 외국 못지않다고 설득하고는 있지만 국내 운용사들이 재간접 펀드를 들여오는 것을 보면 일부 영역엔 운용 능력 격차가 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간접 펀드를 들여올 때 가장 큰 문제는 투자자들이 내는 보수가 높다는 점이다. 운용 보수를 국내 운용사와 해외 운용사에 이중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한BNPPH2O글로벌본드펀드 총 보수(피투자 펀드 보수까지 포함)가 온라인 전용인 S클래스도 2.195%나 된다. ABLPIMCO글로벌투자등급펀드 역시 S클래스 합성 총 보수가 1.04%로 통상 연 1%를 넘지 않는 대부분 채권형 펀드에 비해 보수가 높다.
여기에다 사내에서 펀드를 운용하는 게 아니다 보니 펀드 수익률 등 성과 측정을 실시간으로 할 수 없다는 아쉬움도 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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