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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브라질채권 투자자, 매도 신중을
입력 2019-06-24 17:23  | 수정 2019-06-24 19:11
최근 브라질 국채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브라질 채권 투자자들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이자 수익까지 덩달아 늘어 2016년 투자자는 말할 것도 없고, 2017~2018년에 매수한 투자자도 2년간 적게는 20%, 많게는 80%까지 수익을 냈다.
2015년까지 투자등급이었던 브라질 채권은 10%를 웃도는 높은 금리에 비과세 혜택이 알려지면서 2012년부터 수조 원에 달하는 국내 투자 자금이 몰렸다. 그러나 2014년 중반 이후, 금리가 급등하고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데다 거시경제 근간을 무너뜨리는 반시장적 정책으로 경제가 2년 연속 -3.5% 성장률을 기록하며 위축되고, 물가가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등급을 믿고 투자했던 사람들은 브라질 국채 등급이 투기로 하락하면서 참담한 투자 실패를 경험했다.
그러나 2016년 초반 탄핵을 통한 시장친화적 정부로의 변화는 그해 72% 투자 성과를 가져다줬고, 이후 양호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변곡점이 됐다.
최근 브라질 채권 투자 성과가 좋았던 이유는 우선 높았던 이자가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둘째는 브라질의 거시경제 건전성 수준과 외화유동성 등 위기 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면서 경기 둔화 시 금리가 인하될 여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셋째는 브라질의 미래를 결정짓는 주요한 정치적 갈림길(탄핵과 대선)에서 국민이 시장친화적 정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브라질 채권 투자 수익이 높아지면서 이익 실현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그동안 마음고생한 것과 높은 변동성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익 실현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매도 이후 고금리 브라질 채권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돼 비과세 혜택이 필요하다면 더욱 그렇다. 기존 보유자라면 연금 개혁, 공기업 민영화 등 각종 개혁 정책 통과와 투자심리 회복 기대감이 높기 때문에 하반기 헤알화 가치의 추가 강세를 좀 더 기다려보는 것이 좋다. 또한 주요국들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변화하면서 브라질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기대해 볼 만하다.
10년간 브라질 채권 투자 경험을 통해 신흥국 투자에 대해 알게 된 교훈은 첫째,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면 판매를 권유할 수 없고 투자등급이 돼야만 권유할 수 있다'는 논리는 신흥국 채권 투자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투기등급이지만 개혁이 진행될 때 활발히 투자하고, 투자등급이지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 미련 없이 털고 나오는 것이 신흥국 채권 투자의 핵심이다. 둘째는 지난 20년간 세 번의 투자 변곡점(2002·2012·2016년)이 경제적 이유가 아닌 정치적 변화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셋째는 일련의 충격에 대한 신흥국의 위기관리 능력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10년간의 브라질 채권 투자 경험은 해외 투자 경력이 일천한 우리에게 신흥국 투자 방법론을 제시해주고 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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