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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뒷문 경찬’으로 거듭난 문경찬의 변화 [최원호의 진짜투수]
입력 2019-06-24 12:10 
22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2019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벌어졌다. 9회말 KIA 문경찬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올 시즌 KIA타이거즈의 부침은 마무리 부재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 반등 또 확실한 마무리 투수의 등장 때문이다. 바로 우완 문경찬(27)이다.
인천고-건국대를 졸업하고 2015년 신인 2차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22순위로 KIA에 입단한 문경찬은 올 시즌 초반 마무리 김윤동(26)의 어깨 부상으로 인해 마무리 보직을 맡아 순항 중이다. 4월12일 SK와이번스전부터 22경기 무실점 행진도 이어가는 중이다. 올 시즌 1승 9세이브 평균자책점 0.96을 기록 중이다.
이제 KIA팬들은 문경찬을 두고 ‘뒷문 경찬이라고 부른다. 무엇이 문경찬을 뒷문의 상징으로 거듭나게 했을까.
첫 번째는 구종의 선택과 집중이다. 문경찬은 지난해 패스트볼 외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포크볼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했다.
하지만 올 시즌 마무리로 보직을 전환한 뒤 투피치로 바뀌었다. 투피치의 중심에는 슬라이더가 있다. 슬라이더가 지난해에 비해 구속이 4~5km 증가한 게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문경찬은 이에 대해 슬라이더를 커터(컷패스트볼)로 바꿨다”라고 답했다. 문경찬이 던지는 컷패스트볼은 낙폭은 줄어든 반면에 구속이 증가했다. 물론 구속만 놓고 봤을 때는 커터보다는 슬라이더에 가깝지만 효과는 상당하다.
문경찬의 구종 비율 비교. 사진=SBS스포츠 베이스볼S 캡처
이는 던지는 방식의 변화 때문이다.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그립 차이에 있다. 패스트볼은 백스핀을 주면서 공기의 저항을 최소화한다. 컷패스트볼 역시 패스트볼과 사이드스핀이 들어가면서 패스트볼처럼 구속은 빠르면서 공의 궤적은 횡으로 변화하게 된다. 슬라이더는 그와 반대로 탑스핀이 걸리면서 사이드 스핀이 들어가기 때문에 속도는 아무래도 느릴 수 밖에 없다. 이렇듯 문경찬의 구종 선택이 주효한 측면이 크다.
위의 표는 2S 이후 문경찬의 포심 패스트볼 기록, 아래는 2S 이후 슬라이더 기록. 기록제공=스포츠투아이 PTS(투구추적시스템)
두 번째는 포심 패스트볼의 회전수다. 평균 140km 초반대지만, 문경찬의 포심이 위력적이라는 얘기가 많다. 스포츠투아이 PTS(투구추적시스템)에 의하면 문경찬의 패스트볼은 올 시즌 분당 2175.4회로 같은 투수들보다 회전수가 더 많이 나오는 게 열쇠라고 볼 수 있다. 회전수가 많다는 얘기는 타자들이 스피드에 맞춰서 타이밍을 맞추는데 문경찬의 패스트볼은 타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덜 떨어진다보니까 정타가 많이 안나온다. 타이밍잡기 힘든 속구다. 이런 이유로 구속이 낮지만 투피치임에도 좋은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패스트볼, 커터, 슬라이더 그립 비교. 사진=SBS스포츠 베이스볼S 캡처
세 번째는 단단한 멘탈이다. 문경찬은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원정경기에서 만루에서 끝내기 보크가 허용했다. 투수 입장에서는 황당한, 예상치 못한 보크에 경기가 패배로 끝나 버렸다. 필자의 경험상 예상치 못한 상황에 결과도 패하게 되면 죄책감까지 든다. 또 자신감도 잃을 수 있고, 더 심한 투수들은 트라우마까지 생기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문경찬은 이런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다그치게 되는 계기로 삼았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당시 보크의 아픔이 지금의 문경찬을 만들었다. 앞으로도 마운드에서 씩씩하게 공을 던지는 문경찬을 기대해 본다. (SBS스포츠 야구 해설위원, 체육학 박사, KBO 기술위원, 야구대표팀 불펜코치)
기록제공=스포츠투아이 PTS(투구추적시스템)
사진=SBS스포츠 베이스볼S 캡처[ⓒ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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