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 `도피 21년만 송환` 한보 4남 수사 착수…정태수 회장 행방도 관심
입력 2019-06-23 15:24 

검찰이 1998년 한보그룹 사태 때 횡령 혐의로 수사받던 중 해외로 도피했다가 21년 만에 국내로 송환된 정태수 전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23일 대검찰청 국제협력단(단장 손영배 부장검사)은 "지난 18일 오후 5시 30분(한국시간) 에콰도르 내무부로부터 강제추방된 정씨가 미국 LA행 비행기로 출국한다는 사실을 전달받아 경유지인 파나마 토쿠멘 국제공항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어 "파나마에서 국내로 송환하기 위해 마지막 경유지인 두바이에 호송팀을 급파해 정씨를 인도받았다"고 덧붙였다. 파나마에서부터 국내 송환까지 약 57시간이 소요됐다.
정씨는 지난 22일 낮 12시 05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예세민)로 호송돼 도피 경로와 경위 등을 조사받고 있다. 특히 정씨의 해외 도피를 도왔을 가능성이 있는 정 전 회장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회장은 2007년 재판을 받던 중 병 보석으로 석방됐다. 이후 병 치료를 이유로 일본에 건너간 뒤 12년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날 국제협력단은 정씨의 송환 과정에 대해 "정씨가 미국 시민권자 신분으로 2017년 7월 에콰도르에 입국해 수도 키토에서 500㎞ 떨어진 과야낄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그러고는 "지난 4월부터 법무부와 외교부 등을 통해 에콰도르 대사관·내무부 등과 강제추방 절차를 협의해왔고 정씨의 체류비자 기간이 만료돼 강제추방을 요청했다"고 했다.

또 "2017년 6월 정씨가 미국 체류 중이라는 인터뷰 방송을 단서 삼아 정씨의 사건 기록과 그의 가족 출입국 내역 등을 검토했는데, 그 과정에서 정씨 가족의 스폰서로 캐나다 시민권자 A씨 이름이 사용된 정황을 포착한 뒤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의 협조로 정씨가 A씨로 신분을 세탁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씨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 자회사 동아시아가스(EAGC) 자금 322억원을 횡령하고 스위스 비밀 계좌에 은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도주했다. 이듬해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소재 파악이 안 돼 집행하지 못했고, 결국 검찰은 공소시효가 임박한 2008년 9월 그를 기소했다. 이후 최근까지 그의 행방은 파악되지 않았다.
[송광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