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약국까지 차 타세요"…20년째 계속되는 '불법 호객' 왜?
입력 2019-06-21 19:30  | 수정 2019-06-21 20:58
【 앵커멘트 】
번화가나 유흥가에서나 볼 법한 호객행위가 대형병원 앞에서 버젓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불법인데, 20년 가까이 해결이 안 되고 있습니다.
김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의 한 대형병원 후문 근처에 남성 여러 명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서성이던 이들은 처방전을 든 사람들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다가가 말을 겁니다.

▶ 인터뷰 : 약국 호객 직원
- "다니시는 약국 있으세요?"

어떤 여성은 금세 너덧 명의 남성에 둘러싸였습니다.

약국에서 고용한 호객꾼들로 환자를 특정 약국으로 데려다 주는 건데, 약국마다 셔틀 차량을 운행합니다.


다른 병원과 달리 약국이 떨어져 있어 차량 서비스를 명분으로 사실상 호객행위를 하는 겁니다.

▶ 인터뷰 : 병원 외래환자
- "거의 이용하죠. 주변엔 약국이 없으니까."

▶ 스탠딩 : 김지영 / 기자
- "실제로 병원에서 10분 넘게 걸어 내려와야 이렇게 약국이 모여 있는 거리가 나타납니다."

사은품을 제공하거나 호객행위를 해 환자를 유치하는 건 엄연한 불법.

약국 간 과도한 경쟁으로 의약품 시장질서가 어지러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순 차량 서비스와 호객을 가려내기 쉽지 않아 단속도 제대로 안 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구청 관계자
- "단속하면 이렇게 말한대요. '나는 (약국) 지정하신 분 태우러 왔다', 실질적으로 단속이 안 되는 거예요."

날마다 진을 치는 호객꾼들로 교통혼잡 등 민원이 끊이지 않지만 약국들은 환자 유치에 혈안입니다.

▶ 인터뷰 : 약국 관계자
- "우리도 사실 인건비 낭비고 안 하면 좋죠. 환자들이 걸어 나오기가 쉽지 않아요."

관할 구청은 환자 편의를 고려하면서도 법을 위반하지 않는 현실적 방안을 논의 중이라지만 지금까지 나온 이렇다 할 대책은 없습니다.

하루 평균 해당 병원을 찾는 외래환자는 1만 2천 명.

행정 당국이 20년째 논의만 하는 사이 약국들의 과도한 환자 유치 경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지영입니다. [gutjy@mbn.co.kr]

영상취재 : 한영광 기자
영상편집 : 송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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