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내야 할 이자만큼도 못벌었다" 극한 내몰린 기업 10년來 최다
입력 2019-06-20 17:44  | 수정 2019-06-20 19:59
◆ 레이더M ◆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기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과 건전성이 동반 악화됐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19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 규모를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이 1에도 못 미치는 기업 비중은 32.1%였다. 전년도보다 2.4%포인트 상승하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외부감사 결과를 공시하는 2만1213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 지표가 1에도 못 미친다는 것은 기업이 장사로 벌어들인 돈만으론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매출액 등 실적이 크게 나빠진 탓이 컸다. 지난해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7%,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7.0%로 전년도보다 각각 4.7%포인트와 0.4%포인트 낮아졌다.
전체 기업 평균 이자보상배율도 떨어졌다. 지난해 평균은 5.9로 전년 6.3보다 하락했고 호황이었던 전기전자 업종을 제외할 경우 이보다 낮은 3.9를 기록해 2015년(3.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은 7.5, 중소기업은 2.5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이 경기 침체에 따른 타격이 더 큰 셈이다. 신호순 한은 부총재보는 "대내외 성장세가 둔화되고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전방산업의 설비투자 부진 영향으로 특히 중소기업 영업실적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최근 경영 상황이 작년과 비교해 좋아지기는커녕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수출업종 중심으로 매출액 증가세 둔화가 심화되고 있다. 한은은 미·중 무역분쟁이 심해지며 경영 여건이 악화돼 기업 매출에 전방위적 타격이 가해질 경우(매출액 3% 감소, 주력 수출업종 6% 감소)를 가정해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5.9인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은 5.1로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의 비중 역시 32.1%에서 37.5%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대외 충격에 집값 급락이 겹칠 경우 금융회사들이 받을 충격도 분석했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세계·국내총생산이 각각 2.0%와 3.3% 줄고, 집값이 15.6% 하락하는 상황을 가정해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결과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5.4%에서 12.5%로 내려간다. 다만 이는 BIS 비율 규제 기준치(10.5~11.5%)를 웃도는 수치다. 민좌홍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무역분쟁 심화와 주택가격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는 예외적 상황에서도 국내 금융회사는 규제 수준을 웃도는 자본비율을 유지해 복원력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연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