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거래소 말로만 글로벌…영문 서비스는 낙제
입력 2019-06-20 17:38  | 수정 2019-06-20 22:21
한국거래소 영문 서비스가 한국과 캄보디아 간 합작으로 설립된 캄보디아 증권거래소만도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외국인의 코스피 보유 비중이 37%를 넘는 상황에서 영문 보도자료 등이 미비하다는 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2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영문 보도자료를 내지 않고 있다. 거래소 규정 등 자본시장 참가자들이 이용하는 자료들도 영문 번역본이 빈약하다. 올해 거래소가 영문 형태로 올린 자료는 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과 채권시장 가이드 등 2건에 불과하다.
홈페이지 영어 버전도 외국인이 이용하기에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 영문 홈페이지는 한글 버전보다 정보의 양이나 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시도 제목만 영어로 표현됐을 뿐 내용은 한글 일색이다. 반면 캄보디아 증권거래소 영문 홈페이지는 자료 등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캄보디아 증권거래소는 한국거래소와 캄보디아 정부의 합작회사 형태다. 캄보디아 거래소는 영어가 공용언어이며 대부분의 거래는 태국 등 외국투자자와 이뤄진다.
외국계 금융투자회사 관계자는 "정부나 금융투자 업계에서 '자본시장 글로벌화'를 외치는데 정작 캐피털 마켓 핵심인 거래소는 영문 보도자료조차 내지 않고 있다"며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떠난다고 걱정하기에 앞서 거래소가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의 영문 서비스 홀대는 글로벌화를 강조하는 한국거래소 정책과도 상반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이달 초 홍콩에서 '코리아 캐피털 마켓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코스피는 110개국 글로벌 투자자가 545조원을 투자하는 글로벌 톱10 자본시장으로 성장했다.
라운드테이블 자리에서 유가증권시장본부 관계자들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활용해 국내외 투자자들의 정책적 건의사항을 수렴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단계인 영문 보도자료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1115억원 규모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그중 극히 일부만 영문 홈페이지와 보도자료 분야에 투자해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며 "구호로만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을 외치지 말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채널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의 영어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 영문 홈페이지는 해외 거래소 대비 시장 정보 같은 콘텐츠는 잘돼 있는 편"이라며 "다만 대부분 비영어권 국가 거래소가 그렇듯 한국거래소도 국문 홈페이지 대비 영문 페이지 콘텐츠가 다소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재 외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사항을 중심으로 보다 많은 영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콘텐츠 보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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