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신용정보법 개정 시급…개인 금융데이터 활용 늘려야"
입력 2019-06-20 17:14  | 수정 2019-06-21 16:53
민간금융위원회가 한국경제학회와 함께 2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빈기범 명지대 교수, 홍순영 한성대 교수,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 정유신 서강대 교수, 김정렬 한성대 교수,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 남주하 서강대 교수(민간금융위원장),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이인실 서강대 교수(한국경제학회장). [김호영 기자]
금융혁신을 위해 빅데이터 활용 규제 완화와 정책금융기관 통폐합 등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한국경제학회와 민간금융위원회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공동 개최한 '3대 금융혁신과 금융산업 발전' 토론회에서는 △핀테크 혁신 성장 △정책금융 혁신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금융소비자 보호 등 각 분야의 정책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각종 핀테크 혁신 제도와 민간 투자 활성화, 정책기관 통폐합, 금융감독 체계 개편, 소비자 보호 강화 등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토론도 이뤄졌다.
이날 남주하 민금위원장(서강대 교수)은 "민금위 소속 전문가 교수 20명을 대상으로 문재인정부 2년의 금융개혁 평가를 설문조사한 결과 전반적인 평가가 100점 만점에 45.2점에 불과해 낙제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남 위원장은 "청와대와 정부 역할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분야별로는 금융감독 개혁이 42점을 받아 가장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고, 정책금융·혁신금융이 각각 44점과 48점을 받았다.
민금위는 2007년 출범한 민간 분야 금융·경제 전문가의 정책 연구 모임이다.
이날 핀테크 분야 발표자로 나선 정유신 서강대 교수(한국핀테크지원센터장)는 "핀테크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전향적인 신용정보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현재 열쇠는 국회가 쥐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들고, 흩어져 있는 개인 금융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마이데이터(My Data)' 산업을 활성화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지만 국회가 자유한국당 보이콧으로 파행을 겪으면서 발이 묶였다.
정 교수는 "이 법안은 우리나라가 '빅데이터 경제'로 가는 관문"이라며 "이후 금융 분야에 새로운 신용평가 방식이 등장하는 건 물론이고 은행·보험·증권 등으로 분절된 금융업권 간 통합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 모델을 육성할 제도적 방안으로 '스몰 라이선스' 도입과 '대규모 전용 펀드'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몰 라이선스란 금융업의 인허가권을 작게 쪼개 특정 업무만 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는 개념이다. 지금은 예·적금, 대출, 외국환 업무 중 하나만 하더라도 은행업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스몰 라이선스가 도입되면 외국환 업무만 담당하는 핀테크 업체가 인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기업·소상공인 등에 대한 금융 지원을 담당하는 정책금융 분야에선 '단일기능 단일기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정렬 한성대 교수는 "예를 들어 KDB산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 등 기관 간 금융지원 정책이 중복돼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기관 간 재편·통합을 통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책 금융기관이 비대해지고 지원 효율성이 떨어지는 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특히 중장기적 정책금융 개편 방안으로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통합,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통합,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 민영화 등을 제안했다.
금융감독 체계도 개편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금융위원회의 정책, 감독,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시켜야 한다는 방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전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이 문제는 2008년 현재 금융위원회 체제가 탄생한 이래로 새 정부 출범 때마다 주요 이슈로 떠올랐지만 부처 간 이해관계 탓에 쉽게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은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현재의 통합 체계에선 어렵다"며 "금융위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옮기고, 감독기구의 권한을 통제할 법률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독립 기구를 만들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집단소송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 패널로 참석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도 단순히 인프라스트럭처에 그치지 않고 엄연한 산업"이라며 "금융 규제는 원칙만 정해두고 금융상품, 가격 등은 시장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금의 은산분리 규제로는 금융과 유통 등 이종업종 간 융합에 의한 핀테크 산업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반시장·반금융 정서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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