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기도 이천서는 쓰레기를 던져 투표한다고?
입력 2019-06-20 16:14 
지난 5월 이천 시내 번화가에 설치된 `덩크슛 투표 쓰레기통`(①)과 `담배꽁초 쓰레기통`(②). 해외국에도 이와 비슷한 쓰레기통이 있다. 지난 2015년 영국의 환경 시민단체 `허버브`가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자치구에 설치한 담배꽁초 쓰레기통(③). [사진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미국 온라인 매체 `멘탈플로스닷컴`...

길거리에 쓰레기가 나뒹굴면 도시 미관을 해치는 동시에 악취가 진동한다. 쓰레기 무단 투기 문제를 근절하려고 고민하던 경기도 이천시 고교생들이 낸 아이디어를 토대로 만들어진 쓰레기통이 누리꾼들로부터 "참신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이디어가 좋은 이천시 쓰레기통' 혹은 '이천시 신개념 쓰레기통'이라는 제목을 단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쓰레기통을 촬영한 사진이 두 장 첨부돼 있다.
그중 하나는 이른바 '덩크슛 투표 쓰레기통'이다. 두 개의 재활용 쓰레기통 위에는 농구 골대 그물을 단 백보드가 설치돼 있다. 백보드에는 '이천시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과 함께 왼쪽에는 '도자기'와 '반도체'가, 오른쪽에는 '쌀'과 '복숭아'가 적혀 있다.
다른 사진에는 담배꽁초 쓰레기통이 나온다. 비슷한 콘셉트로 설계됐는데, 노랗게 채색된 쓰레기통 정면에는 역시 '이천시 하면 떠오르는 것'을 묻는 말과 함께 왼쪽에는 '도자기', 오른쪽에는 '쌀'이라는 단어가 표시돼 있다. 시민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답 아래 투입구에 담배꽁초를 버릴 수 있다.

재활용 쓰레기통은 투명 비닐로 겉을 둘렀고 담배꽁초 쓰레기통은 전면부에 투명 아크릴 창을 냈다. 즉, 보행자들은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로써 앙케트에 대해 응답을 하고 자신과 같은 생각을 지닌 시민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헤아릴 수 있는 셈이다.
이천시에 따르면 양정여고 '체인지메이커'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이 이같은 쓰레기통 설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인지메이커는 사회 속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놓고 학생들이 팀을 이뤄 해결책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시 당국은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수용해 지난 5월부터 '다양한 쓰레기통 설치' 사업에 나섰다. 이들 쓰레기통은 이천 시내 번화가인 중앙통에 설치됐다.
게시물을 접한 누리꾼들은 쓰레기통 아이디어가 매우 신박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쓰레기를 던져 농구 골대 안에 들어가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쓰레기통이 있어도 대충 버리는 바람에 옆에 쓰레기가 널브러진 경우가 많은데, 저런 쓰레기통이 있으면 주변 경관이 깔끔해지겠다", "쓰레기통 덕분에 '이천 특산품'이 무엇인지 머릿속에 박혔다" 등의 댓글이 눈에 띄었다.
어느 누리꾼은 외국에도 이와 유사한 쓰레기통이 있다며 한 장의 사진을 소개했다. 지난 2015년 영국의 환경 시민단체 '허버브'(Hubbub)가 '정돈된 거리'(Neat Streets) 캠페인을 내세워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자치구에 설치한 담배꽁초 쓰레기통을 촬영한 사진이 바로 그것. 사진 속 등장하는 쓰레기통 앞면에는 '누가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인가?'라는 질문이 표시돼 있다. 아울러 질문 아래 왼편에는 '호날두', 오른편에는 '메시'가 적혀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쓰레기통 아이디어가 '넛지' 효과와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동명의 저서에서 넛지를 가리켜 '다른 사람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정의했다. 금지하고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팔꿈치로 옆구리를 슬며시 찌르듯이' 권유한다면 타인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게 넛지 효과의 핵심이다.
[디지털뉴스국 박동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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