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조합원 줄자 하청노동자 노조 가입 운동 벌이는 현대중 노조
입력 2019-06-20 08:25  | 수정 2019-06-27 09:05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물적분할) 주주총회 이후 노조가 사내하청(비정규직) 노동자 끌어안기에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특히, 올해 임금교섭에서 하청 노동자 집단 교섭을 사측에 요구하고 하청 교섭이 완료되지 않으면 원청 교섭 역시 마무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노사 관계에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노조는 오늘(20일) 오후 1시부터 전 조합원 4시간 전면파업에 돌입합니다.

파업 돌입과 동시에 사업장을 돌면서 하청 노동자들 대상으로 노조 가입 운동을 벌입니다.


또 퇴근 시각에 맞춰 회사 정문 맞은편에서 원하청 공동 집회를 엽니다.

노조는 지난 17일부터 노조 가입 설명회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하청 노동자 2천 명 이상이 가입하면 즉각 현대중공업과 하청 협력사들에 집단교섭 요구서를 발송할 방침입니다.

올해 임금교섭에서 원하청 노사가 모두 교섭 테이블에 앉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노조는 사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에 나설 예정입니다.

노조는 앞서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2005년 이후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 때마다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이 공문구에 그쳤던 것을 깊이 반성한다"며 "하청 노동자 임금 인상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노조가 이처럼 하청 노동자 조직화에 나선 것은 세 불리기를 통해 투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현대중공업 원청 조합원은 2013년 1만7천 명을 훌쩍 넘겼으나 조선업 불황으로 구조조정, 희망퇴직 등을 겪으면서 현재 1만2천 명까지 줄었습니다.

신규 채용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조직력 확대는 사실상 하청 노동자 노조 가입으로만 가능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노조는 지난해 7월 내부 일부 반발에도 시행규칙을 제정해 '1사 1조직', 즉 하청 노동자도 원청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만, 하청 근로자 1만1천여 명 중 노조 가입자는 100명가량(지난 4월 기준)으로 가입률은 아직 미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하청 노동자 임금 인상 투쟁 주도, 원하청 공동 교섭 등 강한 카드를 꺼내 든 것입니다.

하청 노동자가 조합원으로 대거 들어오면 파업 시 파급력 확대, 조합비 증가 등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하청 조합원 2천 명을 조직화해 원하청 공동 교섭에 나설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하청 조합원이 2천 명 이상 늘어나서 노조가 공동 교섭을 요구하면 지난달 31일 노조 주총장 점거에 따른 장소 변경 주총 진행 과정에서 극도로 경색된 노사 관계가 더 얼어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는 그동안 하청 노동자는 직접 고용한 인력이 아니어서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밝혀왔습니다.

노조는 교섭 불응 시 파업을 이미 예고한 상태입니다.

또 하청 교섭이 완료되지 않으면 원청 교섭도 마무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 향후 하청 노동자 노조 가입 규모가 올해 교섭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노조는 2017년 4월 기존 현대중공업이 현중과 일렉트릭·건설기계·로보틱스로 분할된 이후 '4사 1노조'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임단협 때마다 이 중 일부 회사가 잠정합의안을 투표로 통과시키더라도 나머지 회사 완료까지 기다리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이 회사 올해 임협 교섭은 지난달 2일 상견례 이후 주총을 둘러싼 갈등, 교섭위원 교체 문제 등으로 40일 넘게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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