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6월 17일 뉴스초점-'작은 배'는 못 잡는다는 군
입력 2019-06-18 20:10  | 수정 2019-06-18 21:30
지난 15일 아침 6시 50분경, 동해 삼척에서 어선이 하나 발견됐습니다. 북방한계선 NLL로부터 무려 150km나 떠내려온 '북한 어선'이었죠. 그런데 이 어선을 발견한 건 대한민국 해군과 해경이 아니었습니다. 바다에서 조업을 하던 어민이었죠. 어민도 발견할 수 있었던 북한 어선을 군이 발견 못 한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합참 관계자는 북한 어선이 나무로 된 소형 목선이라 탐지 못 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주 작아서 못 봤고 군이 인식하지 못했다고도 했죠. 어쩔 수 없었다는 겁니다. 그럼 레이더에는 왜 걸리지 않았을까요. 합참 관계자는 당시 바다에서 일던 파고 높이보다 배가 낮아서라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배의 속도도 느려서 배가 아닌 파도로 판단했다는 겁니다.

물론 장비만으로 모든 배를 다 탐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작은 배, 느린 배,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배, 파도 사이에 있는 배, 나무로 만든 배 다 놓치면 도대체 어떤 배를 잡겠다는 걸까요.

갑자기 나타난 것도 아니고 탁 트인 동해에서 150km를 떠내려온 배입니다. 더구나 2톤가량에, 길이 10m, 폭 2.5m짜리 배를 탐지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작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안보에는 '만약'이라는 게 없습니다. 1941년 12월 7일 아침, 하와이 진주만 기습이 그랬고, 우리 국토를 초토화한 6.25 전쟁도 이런 교훈을 줬습니다. 단 1%의 위험성에도 대처해야 하는 것이죠. 그 어떤 간첩이, 큰 배에 잘 보이게 쏜살같이 내려올까요.

대한민국을 세계 2위로 끌어올린 U-20 월드컵 대표팀의 정정용 감독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말로, 패전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리더십을 보여줬습니다.

책임을 지는 리더십이 비단 축구에만 필요할까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말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이번 정부 들어 완연해진 '평화'무드에 편승해 군에 '나태'무드가 확산돼서는 안 될 겁니다. 더욱 철통같은 안보 태세를 갖춰야만 합니다. 국가안보는 평화 시기에 더 챙겨야 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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