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합병 승부수` 대덕전자…시총 1조 보인다
입력 2019-06-18 17:31 
지난해 오너 일가의 지배력 약화에도 계열사 합병을 선택한 대덕전자 주가가 올해 크게 오르면서 시가총액 1조원을 눈앞에 두게 됐다.
계열사 간 중복 사업을 정리한 결과 올해 영업이익이 합병 직전 두 회사 이익 합산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 이후 오너 일가 지분율은 감소하고 기관투자가 지분이 늘면서 배당 압박이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덕전자 주가는 올 들어 이날까지 26.4% 올라 시가총액이 8971억원에 이르렀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주가 상승에 대외적으로는 5세대(G) 통신장비 투자 확대와 반도체 수요 증가라는 정보기술(IT) 업계 호재, 대내적으로는 지난해 대덕GDS와 진행한 합병 작업 완료를 통한 비용 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대덕전자와 대덕GDS는 전자기기 주요 부품인 인쇄회로기판(PCB)을 생산하는 업체다. 대덕전자는 반도체 쪽 PCB, 대덕GDS는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용 PCB를 만들면서 업무 영역이 분리돼 있었다. 다만 양사 모두 최대 고객사는 삼성전자로 같다. 특히 2017년부터 대덕GDS가 차세대 전자기판(SLP)을 삼성전자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에 공급하고 대규모 증설 투자에 나서면서 양사 합병 가능성이 높아졌다. SLP에는 대덕전자가 강점을 지닌 반도체용 PCB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에 두 회사 간 사업·인력 중복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두 회사가 사실상 하나"라며 "대덕전자는 비용이 줄고 삼성전자 처지에서는 소통 창구가 단일화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대덕전자 역시 안정적 실적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또 5G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접는 스마트폰(폴더블폰) 시대가 열린 것도 호재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에 5G 기능이 추가되면서 반도체 고용량 추세 속도가 빨라져 대덕전자의 SLP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대덕전자가 경쟁사보다 기술이나 가격 측면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만큼 시장 성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해 대덕전자 영업이익은 75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합병 직전(2017년 기준) 대덕전자와 대덕GDS가 각각 306억원, 300억원 규모 이익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단순 합병 이상의 실적이 나오는 것이다.
대덕전자를 핵심으로 한 대덕그룹은 최근 지배구조와 상속 문제를 해결하면서 향후 주가 리스크도 낮은 편이다.
전자산업 대부로 불리는 고 김정식 회장은 1965년 대덕GDS(당시 대덕산업)를 세워 국내 전자부품 산업의 기초를 닦았다. PCB 사업 위주로 그룹이 커지자 2세인 김영재 사장 중심으로 개편됐다. 지난해 대덕전자와 대덕GDS 간 합병은 실적 개선과 함께 지배구조 개편의 승부수였던 셈이다. 같은 해 통신용 모듈업체 와이솔 지분(20.3%)도 인수하면서 지배구조는 '김 사장→대덕전자→와이솔'로 단순화됐다. 대덕GDS와 합병하기 전 김 사장의 대덕전자 지분율은 11.74%였으며 김정식 회장은 5.97%를 보유하고 있었다. 합병 직후 최대주주인 김 사장 지분율(지난해 말 기준)은 8.11%로 낮아졌다. 합병 비율을 통해 대덕GDS 주주들은 이 회사 보통주 한 주당 대덕전자 합병 신주 1.6주를 받게 됐는데, 김 사장은 대덕GDS 지분율이 1.45%에 불과해 기존 대덕전자 지분율이 희석된 것이다. 그러나 김 회장 지분을 넘겨받으면서 합병 전보다 지분율이 높아졌고 대덕전자 최대주주(3월 말 기준12.98%)를 유지하게 된다. 김 회장은 지난 4월 별세하기 전 대덕전자 보통주 380만주를 김 사장에게 증여했고 나머지 지분은 지난 2월 회사에 무상 출연했다. 회사 관계자는 "김 사장이 자기 재산으로 증여세를 납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오너 일가 지배력은 약해졌다. 합병 전(지난해 9월 말) 오너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22.84%에서 3월 말 현재 17.66%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2·3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신영자산운용 지분율은 높아졌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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