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솔비가 아닌 권지안이 말하는 ‘Real Reality, 불편한 진실’ [M+인터뷰]
입력 2019-06-18 07:01 
솔비가 개인전 ‘Real Reality, 불편한 진실’과 관련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sidusHQ
가수 솔비가 아닌 화가 권지안이 4번째 개인전 ‘Real Reality, 불편한 진실을 개최했다. 음악, 미술, 퍼포먼스, 영상 등으로 독창적인 예술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3년 동안 준비한 7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이야기 한다.

‘Real Reality, 불편한 진실은 지난 2015년부터 음악 하는 솔비와 미술 하는 권지안의 ‘셀프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작업을 통해 제작된 작품들이 전시됐다. 회화, 입체, 영상 작품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작업한 끝에 완성된 결과물이다.

되게 뿌듯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해요. 이렇게 3년 동안 제가 작업한 걸 다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온 게 뿌듯하고 ‘이걸 언제 다 마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많이 했는데 끝낼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권지안은 지난 2017년 상대적 약자로서 상처받는 여성 인권을 표현한 ‘레드(RED)를 1층 전시장에 배치했다. 2층에는 사회계층 간의 불평등을 표현한 ‘블루(BLUE)와 아름답게 포장된 사랑의 이면에 대한 ‘바이올렛(VIOLET) 작품들을 전시했다.

1층에 레드를 전시했어요. 그게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어둡게 보이기도 한다. 시리즈의 시작이기도 했지만 제 안에 있는 남들이 안 봤던 모습, 제가 생각하는 저에 가까운 시리즈여서 1층에 놨어요. 2층에는 블루와 바이올렛을 전시했습니다.”

권지안은 레드와 블루에 이어 하이퍼리즘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바이올렛을 선택했다. 사회적 문제에 이어 사랑이라는 단어는 아름답지만 그 이면은 아름답지 못하다는 것을 그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권지안은 앞서 붉은 색을 많이 사용한 레드와 푸른 색을 주로 사용했던 블루에 비해 바이올렛은 보라색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노란색 발자국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바이올렛을 작업할 때 컬러를 사용할 거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1차원적인 것보다 좀 더 다르게 접근하고 싶었어요. 레드랑 블루 작업을 하면서 마지막 바이올렛 작업을 할 때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레드랑 블루, 이 두 가지는 슬프고 어두운 이야기들이었잖아요. 그래서 좀 밝은 주제를 찾다 보니 사랑을 생각하게 됐어요. 사랑에서 더 깊게 들어가서 생각해보니 사랑도 아름답지만은 않더라고요. 사랑한다는 이유로 죄를 많이 짓기도 하고 생각하다 보니 바이올렛이 멍이 됐고 주제가 아름다운 이면에 가려진 게 나온 것 같아요. 바이올렛 영상을 보시면 마지막 부분에 걸으면서 헤어지잖아요. 만남과 이별과 이런 것들을 상징하는 데에 있어서 발자국이 가장 상징적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발자국을 좀 더 살려서 넣게 됐죠.”

솔비가 개인전 ‘Real Reality, 불편한 진실과 관련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sidusHQ
권지안은 지난 2012년 첫 개인전을 선보였다.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하며 솔비이자 권지안으로서의 예술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오랜 시간 그림을 그려오고 있는 그가 처음 미술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슬럼프였다.

제가 슬럼프가 왔을 때 그림을 시작했거든요. 조금 힘들었을 때 유럽에 가서 아티스트 선생님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들어보고 많이 배웠어요.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셔서 용기도 생겼고요. 그런 부분에서 힘을 많이 얻은 것 같습니다.”

권지안은 지난 2017년 KBS2 ‘뮤직뱅크에서 레드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의 무대가 끝난 뒤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뮤직뱅크와 솔비의 무대가 검색어에 올랐고 솔비가 보여준 퍼포먼스에 대한 논쟁도 이어졌다. 이번 바이올렛은 방송 활동이 없을 예정이라며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입을 열었다.

이번에 바이올렛은 따로 방송 활동을 할 예정이 없어요. 레드는 그때 당시 제가 이걸 작업하고 꼭 뮤직뱅크를 통해서 했으면 좋겠다고 피디님께 직접 말씀드렸거든요. 피디님이 저한테 몇 번 물어보시더니 처음에는 그걸 안 하려고 했는데 방송 하루 전날 바꿨어요. 샤워실까지 준비를 다 해주셨더라고요. 저한테는 ‘너만의 음악 세계, 네가 갖고 있는 세계를 펼쳐봐라고 기회를 주신 것 같았어요. 뮤직뱅크 이후 검색어에 올라 논쟁이 됐었는데 제가 걱정돼서 물어봤더니 피디님이 ‘너가 생각하고 짜놓은 예술 세계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괜찮다고 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했습니다.”

슬럼프 때문에 처음 시작했던 그림은 권지안이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줬다. 특히 이번 바이올렛은 늘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는 그가 ‘비우는 법을 배울 수 있게 만들어준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바이올렛을 작업하면서 생각도 비우고 전체적으로 많이 비웠어요. 다른 거에 비해 힘도 뺏고요. 제가 보여줄 수 있는걸 이 시리즈의 마지막이지만 다음 작업에 있어서 가치를 배우고 의미를 배운 느낌이에요. 힘을 더 빼고 싶어요. 작품이 화려하지 않아도 그 여백을 채울 수 있을 만큼 강인해지고 싶습니다. 바이올렛이 저한테 동기 부여가 된 것 같아요.”

솔비가 개인전 ‘Real Reality, 불편한 진실과 관련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sidusHQ
권지안이 3년 동안 준비한 ‘Real Reality, 불편한 진실 전시는 8월 상해, 10월 파리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개인전으로 해외 투어를 하게 된 그는 아직도 신기한게 많다”며 소감을 밝혔다.

미술로서 해외로 나가서 다른 분야의 분들을 만나는 것도 신기하고 많은 분들한테 인정받고 싶어서 노력도 많이 했거든요. 계속 이렇게 하나씩 뚫고 나가는 걸 좋아해요. 도전이라는 의미가 저한테는 정말 큰 것 같아요. 난간에 부딪칠 때 힘들어지긴 하지만 그걸 깨부수고 안간힘을 써서 저와 같이 하는 분들도 함께 부딪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좋은 기회도 하나씩 생기는 것 같습니다.”

권지안은 다음 작업으로 핑거페인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인 유튜브 채널 ‘솔비 타임즈를 통해 다양한 콘셉트의 콘텐츠를 보여주며 대중과 소통중인 그는 ‘아트 ASMR이라는 영상을 통해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손으로 치는 것도 저한테는 음악처럼 리듬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ASMR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손으로 찍게 됐어요. 다른 도구를 안쓰고 몸으로 하다보니 간단하게 해봤다. 그걸로 제가 상상하는 것들을 표현했는데 재밌더라고요.(웃음) 대표님이랑 다 좋다고 해주셨다. 간단하게 그려보고 싶어서 ‘내가 직관적으로 내 그림을 어떻게 간단하게 그려볼까 생각하다가 손으로 작업하게 됐어요. 다음에는 해외 아티스트들과 협업할 계획이에요. 저도 더 많이 배우고 넓혀야 할 것 같아요. 제 안의 세계에서 계속 만들어갔는데 다양하게 다른 분들과 재밌는 걸 만들어보고 싶어요.”

권지안의 작품 중 ‘레드 시리즈는 오는 7월 30일 글렌데일 도서관에서 여성의 상처라는 주제와 걸맞아 전시를 하게 됐다. 개인전 투어 외에도 여러 가지 일을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낼 그는 투어가 끝난 뒤에는 어떻게 지내고 싶은지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아직은 정해진 계획이 없어요. 우선 쉬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항상 머리는 생각을 하고 고민을 했었거든요.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 일이다 보니.(웃음) 제가 절실한 것 같아요. 하루하루를 의미부여를 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하면서 살고 싶어요.”

MBN스타 대중문화부 오서린 기자 dgill152@mkculture.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