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슈진단] 나쁜 强달러에 주가상승 더뎌진다
입력 2019-06-17 17:03  | 수정 2019-06-17 19:43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지만 달러 강세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하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됨에 따라 교역 둔화 등으로 글로벌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달러화 가치 상승은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상승시키지만, 글로벌 수요의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는 원화 약세와 높아진 수출 경쟁력을 주식 등 위험자산의 상승 동력으로 삼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올해 1분기 1110원대에 머물던 달러당 원화값은 한때 1200원에 근접했다. 최근 등락 과정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월 초반에 가파르게 상승했던 당시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9%로 나타났다. 잠재성장률에 비해 높은 성장을 달성했다. 올해도 여러 전망치를 종합할 때 2%대 중반의 성장이 예상된다. 반면 외환시장에서 미국의 대칭되는 파트너로 지목되는 유로존의 경우 지난해 1.8%에서 올해는 1.2% 전후로 성장률에 대한 전망이 떨어졌다. 동시에 유로존 내에서 핵심 국가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은 성장률에 대한 전망이 더욱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최근 수일간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 달러 약세는 미국 경제의 부진과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했으나 일시적인 동향이며, 중장기적(3~6개월 전후) 시각에서 달러는 현 수준보다 더 높은 가치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달러 강세를 예상하는 또 다른 논거는 안전자산 선호 관점에서의 강세에 대한 가능성이다. 기축통화로서의 지위가 유사시 부각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경제 성장률의 격차가 외환시장에서 환율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가정할 때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의 수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글로벌 각국이 모두 성장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의 성장률 개선이 더욱 큰 폭으로 진행되는 경우다. 이럴 경우 예상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미국이 강한 달러로 형성된 높아진 구매력을 기반으로 소비를 확대하고, 그 결과 글로벌 경제 전반에 성장의 훈풍이 확산되는 케이스다. 편의상 이를 '착한' 달러 강세라고 하면, 그 반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나쁜' 달러 강세는 모두가 성장률이 낮아지는 가운데 미국이 상대적으로 덜 낮아지는 경우다. 두 가지 모두 성장률의 격차를 반영해 외환시장에서 형성되는 환율은 달러 강세, 비미국 통화의 약세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영향은 다르다. '착한' 달러 강세에서 미국은 높아진 구매력을 기반으로 다른 국가들의 높아진 수출 경쟁력을 반영한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한다. 반면 '나쁜' 달러 강세에서 그대로 적용되긴 어렵다. 미국 성장률 둔화시, 상대적으로 구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각국의 경제 펀더멘털 전망을 살펴볼 때 이번에 예상되는 달러 강세는 '나쁜' 성격이 유력하다. 위험자산에 신중히 접근해야 할 때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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