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G20 앞둔 시진핑, 집권 최대 위기 맞나…홍콩 사태에 '시름'
입력 2019-06-17 16:39  | 수정 2019-06-24 17:05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중앙아시아 순방을 통해 우군 확보에 나섰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16일) 베이징(北京)으로 돌아왔지만, '홍콩 사태'를 포함한 시급한 현안들이 산적해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이달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역전쟁의 향배를 가를 중요한 대면을 해야 할 상황인데 미국의 전방위 무역보복 조치에다 100만명 이상이 참가한 홍콩의 대규모 시위로 깊은 내상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헌법까지 수정하며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고 집권 2기에도 탄탄대로를 갈 것으로 보였던 시 주석의 정치적 상황이 급반전된 것입니다.

이를 놓고 공교롭게도 시 주석이 신중국 창립 70주년을 맞아 집권 최대 위기를 맞은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17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12일 베이징을 떠나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을 국빈 방문하고,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아시아상호신뢰구축회의 정상회의를 주도하며 미국을 겨냥한 우군 결집에 나름 성과를 거뒀습니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공동 건설을 통한 중국의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앞세워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끌어들이며 '보호주의 반대' 목소리를 높여 대미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100만명이 넘는 홍콩 시민들이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의 완전 철폐를 요구하며 집회에 나서면서 시 주석의 이번 중앙아시아 순방 성과는 희석됐습니다.

지난 9일 100만여명의 시위에 놀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송환법 추진을 보류한다고 사실상 백기를 들었으나, 다음날 집회에서 주최 측 추산 200만명에 가까운 홍콩 시민이 또다시 시위에 나서 중국 중앙정부를 당혹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미·중 무역전쟁의 후폭풍으로 중국 경기 둔화를 막기에도 급급한 상황에서 홍콩이라는 대내 악재가 터짐에 따라 시 주석의 운신 폭이 크게 좁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홍콩 행정당국의 범죄인 인도법안 추진에 대해 미 의회가 홍콩에 대한 기존 특별대우를 매년 재평가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해 중국을 압박하는 새로운 카드로 활용하기까지 하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에서 시 주석과 회담이 성사되지 않으면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데 이어 지난 현지시간으로 14일에는 G20 기간 미·중 정상회동에 신경 쓰지 않으며 결국 미·중 간 무역 담판은 이뤄질 것이라며 여유 있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천억 달러(약 355조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추가 부과를 공언한 가운데 미 무역대표부(USTR)가 17일부터 25일까지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해 중국 정부의 위기감은 더욱 커진 상황입니다.

중국은 미국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희토류의 수출 제한, 미국산 농산물 수입 제한,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와 반덤핑 조치 등 동원 가능한 카드를 모두 꺼내 들었으나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베이징 소식통은 "시진핑 주석이 지난 12일 중앙아시아 순방에 나설 때까지만 해도 홍콩 상황이 이렇게 나빠질 줄을 전혀 몰랐을 것"이라면서 "홍콩 사태로 사실상 중국 중앙정부가 한발 물러선 상황이라 미·중 무역전쟁 또한 더욱 수세에 몰리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이 송환법으로 홍콩에서 전례 없는 저항에 직면하면서 집권 이래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고 분석했습니다.

신문은 오랜 기간 서방과의 무역 및 경제 교류 창구였던 홍콩의 격변으로 주민 동요 없이 이 도시를 완전히 통합하려던 중국의 장기적 목표가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이번 홍콩 시위는 특히 중국 본토에서 유사한 움직임을 초래할 잠재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내다보고, 아울러 대만을 본토와 통일하려는 시 주석의 계획도 난관에 봉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위기감을 반영하듯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산하 광밍일보의 창간 70주년 축사를 통해 지식인들이 결집할 것을 요구하는 등 공산당 중심의 단결을 촉구했습니다.


시 주석은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에 기고문을 통해서도 중국인들이 문화 자신감을 확고히 해 "사회주의 문화강국을 건설하자"면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길을 견지하자고 주문했습니다.

한편, 지난주까지 홍콩 시위를 '폭동'이라고 규정하며 홍콩 경찰 당국의 강력 진압을 두둔했던 중국 관영 매체들은 오늘 들어 침묵을 지키거나 갑자기 '홍콩의 번영과 발전'을 강조하며 민심을 다독이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습니다.

인민일보는 '홍콩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모든 마음을 모아 함께 노력하자'라는 제하의 논평을 통해 "홍콩 시민들이 이성을 찾아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보금자리를 지키고 홍콩의 번영을 위해 힘을 모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 신문은 캐리 람 홍콩 장관이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위해 큰 노력을 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가의 근본 이익과 홍콩 전체 이익에서 출발해 홍콩 각계가 공감대를 넓혀 사회 안정과 경제 발전을 도모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홍콩 사태의 전개 과정에 관련해 미 존스홉킨스대 정치경제학과의 헝호펑 교수는 WSJ에 "이번 사태는 홍콩이 현재 누리는 자유를 침해하려는 중국 정부의 직접적인 공격에 맞서 방어력을 키워왔으며, 중국 정부는 혼란과 유혈사태 없이 이러한 권리를 빼앗을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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