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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만큼 입담도 세계 최고 “강인이는 까불어도 귀엽다” [말말말]
입력 2019-06-17 15:02 
이강인은 하나부터 열까지 ‘매력 덩어리’라는 게 U-20 대표팀 형들의 증언이다. 사진(서울광장)=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광장) 이상철 기자
축구 실력만큼이나 젊은 태극전사의 입담 실력도 뛰어났다.
17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준우승 기념 환영식에는 태극전사의 번뜩이고 재치 있는 말솜씨를 들을 수 있었다.
환영식은 정정용 감독의 인사,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의 축사, 그리고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환영식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유쾌한 분위기였다. 주장 황태현(안산 그리너스)의 긴급 제안으로 즉석에서 헹가래를 하는 시간도 가졌다.
선수마다 건넨 질문은 축구팬이 직접 작성했다. 그 가운데 꽤 흥미로운 답변이 많았다. 이를 정리했다.
(이)강인이는 모든 게 귀엽다.” (김정민)
이강인은 형들의 사랑을 유난히 많이 받았다. 그래서 이강인도 ‘형들이 진짜 좋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이강인의 매력을 묻자, 김정민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귀엽다고 했다. 어눌한 한국말은 물론 까불 때도 귀엽다고.
(전)세진이형과 (엄)원상이형이 가장 정상이다.” (이강인)
이강인에게는 누나 둘이 있다. 누나를 소개해주고 싶은 형이 있냐는 질문에 ‘아무도 소개하고 싶지 않은데라며 난처해했다. ‘그래도 꼭 해야 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고 전세진과 엄원상을 꼽았다. 그 이유는 다른 18명은 비정상이라 소개하기 부담스럽다고.
사랑해용” (고재현)
이날 최고난도 질문을 받은 선수는 고재현이었다. 정정용 감독의 이름을 갖고 삼행시를 지어달라는 요청에 당황해했다. 그러나 곧 멋진 삼행시로 정정용 감독을 흡족케 했다. 그의 작품은 (정)말 훌륭하신 / (정)정용 감독님 / 사랑해(용).

7명의 친구와 마음껏 먹을 정도다.” (정호진)
정호진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공격포인트(1도움)를 올린 아르헨티나전(2-1 승)을 택했다. 1-0의 후반 12분 조영욱의 골을 도왔다. 특별한 이유는 도움 때문이 아니다. U-20 월드컵 7경기 만에 골 한을 푼 조영욱에게 용돈까지 받았다. 액수를 묻자, 정호진은 ‘죄송하다면서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만족한 듯 조영욱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지금이 언제인지 헷갈렸다.” (이상준)
U-20 대표팀은 소집 후 훈련 및 버스 이동 중 음악을 들으며 긴장을 풀었다. 이상준은 가장 많이 들은 노래로 클론의 ‘꿍따리 샤바라라고 폭로(?)했다. 1996년 5월 클론의 1집에 수록된 곡으로 U-20 대표팀 선수들이 태어나기 전에 발표됐다. 이상준은 ‘지금이 2019년인지 1990년인지 헷갈렸다. 옛 노래를 정말 많이 들었다라고 고백했다.
원래 카리스마 있는 스타일이다.” (김현우)
김현우는 2019 FIFA U-20 월드컵 결승 우크라이나전(1-3 패)에서 전반 33분 경고를 받자 주심에게 애교 섞인 제스처를 해 화제를 모았다. 옆에 있던 이재익을 두고 재연한 뒤 애교가 많지 않은 편이라고 소개하자, 축구팬은 믿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떡볶이, 김치찌개, 불고기, 갈비.” (최민수)
최민수는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소속팀은 손흥민이 프로 데뷔한 함부르크 SV다. 독일에서 생활하는 그는 한국 음식을 잘 못 먹었다고. 독일로 돌아가기 전 먹고 싶은 음식을 네 가지나 말했다.
그는 끝으로 축구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사랑해요라고 외쳤다. 행사장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최고의 15분을 안겨준 감독님.” (이규혁)
이규혁은 정우영이 바이에른 뮌헨의 반대로 불참하면서 대체 선수로 합류했다. 경기를 못 뛰던 그는 마지막으로 출전 기회를 얻은 필드플레이어였다. 결승 우크라이나전에서 후반 35분 최준을 대신해 피치를 밟았다. 그는 끝까지 믿어준 선수들과 감독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내 몸에는 한국 피가 많이 흐르는 것 같다.” (인창수 코치)
인창수 코치는 공오균 코치, 김대환 골키퍼 코치, 오성환 피지컬 코치와 같이 정정용 감독을 보좌했다. U-20 월드컵 준우승의 숨은 주역들이다. 그는 유년 시절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갔다. 국적도 아르헨티나다. 그는 ‘대회 전 죽음의 조에 걸려 탈락할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를 꺾고 16강에 올랐다. 너무 감사하다. 내가 아르헨티나에서 20년을 살았으나 내 몸에는 한국 피가 많이 흐르는 것 같다라며 벅찬 소회를 밝혔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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