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文 "北 완전한 핵폐기 의지 보여야 북한 안전 보장"
입력 2019-06-14 20:16  | 수정 2019-06-14 20:17

스웨덴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북한은 완전한 핵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스웨덴 의회(옛 하원 의사당)에서 연설을 통해 이 같이 북한의 변화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는 북한이 진정으로 노력하면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응답할 것이고 제재 해제는 물론이고 북한의 안전도 국제적으로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발적인 충돌과 핵무장에 대한 세계인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기위해서는 이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대화의 길을 걸어간다면, 전 세계 어느 누구도 북한의 체제와 안전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선(先)비핵화 후(後)제재완화' 입장을 강경하게 고수해온 미국 측 입장에 가깝다. 비핵화 목표 달성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때까지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일부 대북 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에 더 무게를 실어왔으나 최근들어 이 같은 기조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이날 연설은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 스웨덴 의회 의원 및 정부인사, 스톡홀름 주재 외교사절단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고 김대중 대통령도 노벨평화상 수상 후 스웨덴 공식 방문을 계기로 같은 장소에서 연설을 한 바 있었다. 스웨덴이 스스로 핵포기를 선언한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스웨덴은 1948년 핵개발을 시작해 1960년대 상당한 핵무기 개발 능력을 갖췄지만 핵으로 평화달성이 어렵다고 보고 스스로 핵능력을 포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 국민 간의 신뢰 ▲대화에 대한 신뢰 ▲국제사회의 신뢰 등 '신뢰'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키워드로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때까지 양자대화와 다자대화를 가리지 않고 국제사회와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이 합의한 교류협력 사업의 이행을 통해 안으로부터의 평화를 만들어 증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평화는 평화로운 방법으로만 실현될 수 있다"며 "그것이 대화"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북한의 평화를 지켜주는 것도 핵무기가 아닌 대화"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의 평화를 궁극적으로 지켜주는 것은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서로의 체제는 존중되어야 하고 보장받아야 하며 그것이 평화를 위한 첫 번째이며 변할 수 없는 전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신뢰하고,대화 상대방을 신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야권을 비롯한 대화 반대세력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한국 국민들도 북한과의 대화를 신뢰해야 한다"며 "대화를 불신하는 사람들이 평화를 더디게 만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 비핵화의 길을 선택한 스웨덴 사례를 들어 북한의 변화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스웨덴이 어느 국가보다 먼저 핵을 포기할 수 있었던 데는 인류가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신뢰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세계가 궁긍적으로 '평화를 통한 번영'을 선택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신뢰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스웨덴의 길을 믿는다"며 "한반도 역시 신뢰를 통해 평화를 만들고 평화를 통해 신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범한 평화가 지속적으로 쌓이면 적대는 사라지고 남과 북의 국민들 모두 평화를 지지하게 될 것"이라며 "그것이 항구적이고 완전한 평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후 올레 토렐 스웨덴 의원이 미래의 군축 계획과 관련한 질문을 하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궁극적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환 비핵화"라며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면 이어 재래식 무기 군축도 함께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차 하노이 정상회담이 합의없이 끝나 대화가 교착상태인 것 처럼 보이지만 북미간 남북간 물밑 대화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의 모멘텀은 유지되고 있다"며 "북미간 남북간 대화가 너무 늦지 않게 재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가 재개된다 하더라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하루아침에 쉽게 이뤄질 거라 단정할 수 없다"며 "인내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톡홀름 =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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