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CEO의 투자 한수] `한국형 TDF`가 필요한 까닭
입력 2019-06-13 17:55  | 수정 2019-06-13 20:20
저금리의 지속으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판매사들은 예금 등 원리금보장상품 위주의 낮은 수익률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에 골몰하고 있다. 연금투자가 활성화된 금융 선진국에서는 장기투자를 전제로 실질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자산배분펀드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수익률을 개선한 성공적인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자산배분펀드에는 투자자의 은퇴시점을 목표로 생애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Target Date Fund)가 있다. 이 펀드는 투자자가 젊을수록 성장자산의 비중을 높여 자산 증식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은퇴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 수익을 확보하면서도 노후자산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9월 퇴직연금감독기준 개정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의 100%를 TDF에 투자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자산운용사별로 다양한 자산배분펀드가 출시됐다. 다만 아쉬운 점은 다수 TDF 상품이 국내 운용사의 자체 개발이 아니라 해외 운용사와 위탁 또는 자문계약을 체결해 역외펀드나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편입·운용하는 구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한국형 TDF 상품'이 요구되는 이유와 관련해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첫째, TDF의 하위 펀드는 대부분 해외투자 상품으로 구성돼 있는데 과연 한국과 미국을 동일하게 볼 수 있을까. 둘째, 국내와 해외 자산의 비중, 대체투자 자산의 비중 등 최적의 자산배분은 고려했을까. 셋째, 해외투자 위주의 상품으로 대부분 환헤지를 하는 전략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것인가. 자산운용사와 투자자 모두 국내 자산과 해외 자산의 비중을 어느 정도 고려한 '한국형 자산배분 펀드'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글로벌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마켓 타이밍과 종목 선택보다는 장기적인 자산배분 전략이 수익률을 90% 이상 결정한다는 투자원칙을 믿고 있다. 따라서 기금의 목표수익률과 허용위험을 만족하는 자산배분 전략은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이다. 이제 개인들도 자신의 위험성향과 목표수익률을 설정하고 자신에게 맞는 자산배분펀드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펀드상품을 선택할 경우 적어도 동일 유형의 상품이라면 위험은 낮고 성과는 높은, 즉 대표적 위험조정수익률 지표인 샤프비율(sharp ratio)이 우수한 펀드인지 확인해야 한다.
끝으로 주식, 채권, 대체투자의 최적 자산배분 비중은 어느 정도가 적정한가. 연금 선진국인 캐나다연금의 2008년과 2018년의 자산배분 비중을 비교하면, 주식은 46%에서 38%로 8%포인트 감소한 반면 채권은 31%로 변동이 없고 대체투자는 21%에서 30%로 9%포인트 증가했다. 연금 성숙기를 경험한 선진국의 자산배분에서 대체투자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영권 하이자산운용 대표이사][ⓒ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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